평양 남북한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 여부와 함께 관심을 끄는 건 경제협력이다. 대통령 특별방문단에 대기업 총수 등 기업인들이 대거 포함되면서 지금보다 진전된 남북경협 방안이 마련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경협 확대가 비핵화 문제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북한이 얼마나 변화를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다.
무엇보다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유지되고 있는 엄연한 현실을 직시한다면 비핵화 조치 없는 남북경협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국제사회가 용납하기도 어렵거니와 방북 기업인들 역시 그런 상황에서 투자계획을 내놨다간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지 모른다. 미국 등 해외 전문가들이 “기업인 동행이 비핵화가 없는 상황에서 투자를 진행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위험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의 대북제재 이행 의지에 대한 의구심은 증폭될 것이고, 국제사회의 협력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최악의 결과가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경협을 원한다면 비핵화가 그 전제조건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경협 추진원칙과 관련해서도 북한의 다짐을 받아내야 한다. 북한이 특구 등을 추진하면서 외부 투자유치에 나섰지만 실패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기업이 가장 경계하는 게 ‘체제 불확실성’이다. 국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온갖 형태의 무력도발을 감행해 온 북한을 그대로 믿을 기업인은 없다. 더구나 떼일 걸 각오하고 북한에 들어가야 한다면 장기투자는 불가능하다 .
대한민국의 눈부신 발전과 도약을 이끈 시장경제체제를 북한에 이해시킬 필요도 있다. 시장논리에 맞지 않는 일방적 퍼주기나 대기업에 사업을 하나씩 할당하는 식의 경협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 방북에 동행했던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북측이 투자가 안전하게 이뤄지도록 시스템과 제도를 갖추고, 통신·통행·통관 등 ‘3통(通)’을 보장하고, 전력·용수 등 인프라를 확충하면 투자를 검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대통령은 이런 원칙을 북한에 확실히 심어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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