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남북정상회담
첫날부터 '퍼스트레이디 외교'
성악 전공 공통점 '눈길'
문화·예술 교류 역할 주목
[ 김대훈 기자 ] 18일 오후 남북한 정상 간의 첫 회담이 열리는 동안 문재인 대통령 부인인 김정숙 여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인 이설주 여사와 평양에서 별도 일정을 함께하는 ‘퍼스트레이디 외교’를 했다. 두 사람이 만난 건 지난 4월27일 판문점 정상회담 공식 만찬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엔 시간과 장소의 제약 때문에 3시간 남짓 짧게 만났다.
두 사람은 이날 평양 대동강 구역에 있는 북한 최대 어린이 종합병원인 ‘옥류아동병원’과 ‘김원균명칭 음악종합대학’을 방문했다.
옥류아동병원은 북한의 대표적 어린이 전문종합병원이다. 무상의료체계를 선전하는 북한의 아동 의료복지를 위한 핵심 시설이다. 김 여사는 이설주와 함께 신경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회복치료실과 장기간 병원 생활로 수업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학습실을 방문해 아동들을 위로했다.
이설주는 이동 중에 김 여사와 함께 일정에 참여한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박종아 선수에게 “온 겨레에 큰 감동을 선사했습니다”라고 말을 건냈다. 1991년 일본 지바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북 단일팀원인 현정화 한국마사회 탁구 총감독에게는 “손 좀 잡아봅시다. 여성들이 북남관계에 앞장서고 있습니다”라며 친근감을 드러냈다.
이어 김 여사와 이설주는 인근에 있는 김원균명칭 평양음악종합대학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2006년 평양음악대학을 작곡가 김원균의 이름을 붙여 개편해 세운 곳이다. 최태영 총장의 영접을 받은 후 수업 참관을 하고 오케스트라 공연을 함께 관람했다. 가수 지코와 에일리, 김형석 작곡가가 동행했다. ‘아리랑’, ‘우리는 하나’ 등이 무대에 올랐다. 김 여사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에 대한 의지를 세계에 보여준 지 5개월이 지났다”며 “풍성하게 열린 가을 과일처럼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좋은 결실이 맺히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설주는 “지금 하고 있는 회담이 정말 잘되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김형석 작곡가가 이설주에게 “내년 3·1절 100주년을 맞아 통일을 주제로 남과 북의 음악인들이 함께 노래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남북 정상 부인이 함께 별도 일정을 소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사람은 성악을 전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 여사는 경희대 성악과 졸업 후 서울시립합창단에서 활동했고, 이설주 역시 예술전문학교인 금성학원을 나와 은하수관현악단에서 활동했다. 향후 두 사람이 문화·예술·체육 분야 남북교류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일정은 북측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평양공동취재단/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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