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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내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모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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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복 조승복의원 원장(의사, 전 닥터참사랑요양원 대표)


일반적으로는 노인 장기요양보험공단에서 소정의 과정을 거쳐서 등급을 받아야 요양원에 입소할 수 있다. 이에 앞서 부모님이 평소 다른 행동을 취하는 걸 치매의 조짐으로 받아들이고 유심히 살펴야 한다.

말씀이 없으시던 분(특히 아버님)께서 가족모임에서 말씀이 많아지셨다든지, 별안간 역정을 내시거나 왼쪽으로 가야 할 때 오른쪽으로 가시거나 하면 치매가 시작된다고 봐야 한다. 본인이 이상해지고 있다는 걸 인지하실 때는 비교적 초기이고 강력히 부정할 경우 한참 진행된 것이라고 판단하면 된다.

같이 사는 부부는 '나이 들어서 그렇겠지'하며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가끔 만나는 자식들이 오히려 가장 먼저 알아보는 경우가 많다. 활발한 사업가 한 분은 과음한 다음 날 셔츠의 단추를 못 채운 적이 있는데, 부인은 술 때문이라 넘어갔다가 1년 후 치매가 급격히 진행되고 나서야 치료를 좀더 일찍 못한 것을 뒤늦게 후회한 경우도 있다.

부모님을 가정에서 모실 형편이 안돼서 요양원에 모시게 될 때 많이 당황해하거나 망설이시는 분들이 많다. 이는 필자의 사견이지만 부모님께서 자제분들도 못알아보실 때는 요양원에 모시는 것으로 아름다운 이별의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부모님을 요양원에 모셨다는 죄책감에 눈물을 흘릴 수도 있지만, 어르신들이 혼자 집을 지키기보다는 공동생활이 나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은 요양원에 처음 들어오셨을 때는 아이들처럼 집에 가겠다고 떼를 쓰기도 하나, 보통 일주일에서 열흘 사이에 적응한다. 우리 요양원의 경우 본인이 의사가운을 입고서 병원에 입원하셨다고 말씀드린 후 병이 나아야 집에 가시니 식사도 잘 하셔야 한다는 식으로 덧붙이면 한층 편안해하신다.

우리 세대는 요양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이지만 70~80대 어르신들은 요양원 입소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생각하시는 편이다. 올해 96세 된 어르신 한 분은 인지가 비교적 좋으신데도 스스로 요양원에 보내달라고 요청하신분이 계셨다.

부모님을 요양원에 모실 때 가장 먼저 고려할 조건은 첫째 자제분들 집에서 가깝거나 자주 갈 수 있을 만큼 교통편이 원만한 곳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또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이 언제 방문해야 되냐는 것인데, 식사 때 찾아와 부모님 상태를 살피며 수발도 들어드려 안정감을 북돋아주는 게 최선이라 생각한다.

한 90대 할아버지께서는 따님이 점심 수발을 들고 메모를 해주며, 다음 날 아드님이 퇴근하고서 저녁 수발을 들며 잘 씹어 드시는지 살핀 다음 면도도 해드리는 효성을 선보여 부럽기도 했다. 80~90대 어르신들은 연하곤란 없이 식사을 잘하셔야 비교적 건강을 유지하실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차이는 요양원은 지병이 있으시지만 급성질환 없이 수발 및 돌봐드리는 곳이고 요양병원은 만성 질환이 급격하게 진행되거나 치료를 요할 때 가시는 곳이라 보면 된다. 서울에는 요양원이 매우 부족하고 노인요양등급을 받아야만 입소하실수 있으니 요양원에 게서도 되실분들이 요양병원에 만성 환자로 계시는 경우도 왕왕 있으시다.

셋째로 의료보험공단 홈페이지에 자세하게 각 요양원의 평가나 상세한 안내가 있으니 시설을 둘러보고 결정하시는 것이 많은 참고가 될 것이다. 건강보험공단은 입소자 9명 이하 시설을 공동생활가정, 10명 이상 시설을 요양원으로 구분한다. 시설들의 사항과 평가는 홈페이지에 상세히 설명돼 있으니 이를 참고해도 좋다.

서울 시내의 요양원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한없는 자식 사랑으로 살아오신 부모님의 옛 모습과 치매에 걸리신 현재 모습에서 자제분들의 회한과 갈등을 자아내지만, 냉정히 따져보면 가족들만의 힘으로 어르신들을 안락하게 모시긴 힘들다.

혈연이 강조되던 예전에야 자신의 부모님을 끝까지 모시는 게 도리였으나, 현실적인 난관이 적지 않은 상황에선 가족회의를 통해 신중히 결정해야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할 수 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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