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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토지공개념'이란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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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광엽 논설위원


[ 백광엽 기자 ] 권력으로부터 토지가 분리돼 온 과정이 인류의 근대 역사일 것이다. 유럽의 봉건주의 해체 과정이 그랬다. 영주와 농노의 수탈적 관계는 도시가 형성되고 ‘동방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봉건적 토지 소유구조의 붕괴가 문명의 기초가 된 것은 분명하다.

중국에서는 고대 주(周)나라 이래로 ‘모든 땅은 왕의 것’이라는 왕토(王土)사상이 지배했다. ‘유교적 이상국가’를 꿈꾼 신(新)나라 왕망이 모든 토지를 왕전(王田), 즉 국유화한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요즘 여권에서 활발하게 제기되는 토지공개념은 얼핏 왕토사상을 연상시킨다. 정권 브레인으로 불리는 정해구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장은 엊그제 “곧 있을 개헌에 토지공개념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대표 등 지도부도 부동산값을 잡기 위해 공개념을 확대해야 한다며 연일 군불을 때고 있다. 토지 소유권은 국가가, 사용권은 인민이 갖는 ‘중국식’이 이상적 모델이라는 주장도 넘친다.

청와대 역시 올봄에 제안했다가 무산된 헌법 개정안에 토지공개념을 명시했다. ‘국가는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한 것이다. 공익에 대한 판단을 국가가 한다면 토지 소유권의 세 구성 요소인 사용·수익·처분권의 완전한 행사가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

불평등 해소를 위해 토지공개념이 필요하다는 게 여권의 주장이다. 하지만 공개념이 불평등 해소나 아파트값을 잡는 전가의 보도가 될 것이란 생각은 허상에 불과하다. 국가나 집단이 토지를 소유하는 중국을 보면 분명해진다. 상하이 황푸강변의 고급 아파트 가격은 3.3㎡당 1억원이 넘는다. 서울 한강변 최고급 아파트보다 높다. 물론 토지 소유권이 아니라 토지 사용권에 매겨진 가격이다. 또 베이징에서는 소득을 한 푼도 안 쓰고 평균 42년을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 서울과 일본 도쿄의 17년보다 두 배 이상 긴 기간이다.

소득불평등 지표인 지니계수를 봐도 중국은 0.46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0.30인 한국은 물론이고, 선진국 중 최악이라는 미국(0.39)보다 높다. 공개념이 토지 원가를 낮춰 경제에 활력을 몰고 올 것이란 주장도 전혀 입증된 바 없다. 해방 후 가장 완벽한 공개념인 토지국유화를 실천한 북한의 참담한 실패 사례가 있을 뿐이다.

현대적 토지공개념은 대부분 헨리 조지의 ‘토지 단일세’ 구상을 차용하고 있다. 다른 세금을 전부 없애고 토지세 하나로 단순화하자는 발상이다. 하지만 지금 여권에서 제기되는 주장들은 토지세 신설만 얘기하고 있어 개념에서부터 혼선을 부르고 있다. 토지공개념은 권력과 토지의 재결합을 꿈꾸는 시대역행적 발상이다.

kecor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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