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S, 투자에 실패하는 사람들의 심리
짐 폴·브랜던 모이니핸 지음 / 신예경 옮김
메디치미디어 / 288쪽│1만4000원
[ 유승호 기자 ] 세계적 펀드 투자회사인 템플턴 그로스사(社)를 설립한 존 템플턴은 “투자를 다각화하라”고 했다. ‘분산투자’를 하라는 얘기다. 반면 ‘성장주 투자의 대가’ 윌리엄 오닐은 “분산투자는 무식함에 대한 변명”이라고 했다. 성공한 투자자들은 자신의 성공 원칙을 자랑스레 내세운다. 문제는 그들이 말하는 성공 비결이 저마다 다르고 서로 모순되기까지 하다는 점이다.
시장에 절대 불변의 진리는 없는 것일까. 전설적인 투자자들은 각자 다른 얘기를 하면서도 한 가지 점에선 의견이 거의 일치한다. 손실을 최소화하라는 것이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첫째 원칙은 절대 돈을 잃지 말라는 것이고, 두 번째 원칙은 첫 번째 원칙을 절대 잊지 말라는 것”이라고 했다. 폴 튜더 존스 튜더인베스트먼트 설립자는 “가진 것을 지키는 데 중점을 두라”고 말했다.
《로스(Loss), 투자에 실패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투자에서 수익을 내는 방법이 아니라 손실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 얘기한다. 이 책의 저자들은 투자에서 수익이 날지, 손실이 날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손실을 일정 수준으로 줄이는 일은 가능하다고 본다.
선물업계에서 25년간 일해온 저자 짐 폴 역시 큰 손실을 경험한 사람이다. 그는 한때 선물 투자로 단 하루 만에 25만달러(약 2억8000만원)를 벌고 마흔 살이 채 되기 전에 자가용 제트기를 타고 다닐 만큼 성공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시장이 자신의 예측과 반대로 움직이면서 손실을 내기 시작해 160만달러(약 18억원)를 잃고 빚까지 졌다. 폴은 자신의 실패를 곱씹으며 대규모 손실을 불러오는 투자자의 심리를 연구했다.
폴은 투자 실패에 이르는 사람의 심리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우선 손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다. 일정 수준 손실이 발생하면 손절매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기 싫어 투자를 계속하다가 손실을 키우는 것이다. 시장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를 막연히 기대한다면 투자가 아니라 도박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군중심리에 빠져들기도 쉽다. 냉정한 판단보다는 다른 투자자들의 움직임이나 시장 분위기에 휩쓸려 가는 것이다.
심리적 오류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계획’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어느 정도 가격에 매입해서 어느 정도 가격이 되면 팔지를 미리 결정하고 시장에 뛰어들라는 얘기다. 시장을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계획을 세워두면 시장이 어느 방향으로 가든 대처가 가능하다. 계획을 세웠으면 그다음에 할 일은 계획을 지키고, 어떤 상황에서도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자제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저자는 그것이 미래의 불확실성을 다룰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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