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실업률 상승이나 취업률 하락에 관한 통계청의 발표가 나올 때마다 언론에서 관련 지표를 보도한다. 핵심은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그 어렵다는 직장에 들어가도 오래 다니지 않는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직장인 100명 중 42명꼴로 1년 안에 회사를 그만둔다. 표면적인 이유는 돈(급여) 때문이지만 다수의 이유는 회사 생활의 질(비전, 업무)과 관련돼 있다.
왜 이런 결정을 할까. 단서가 있다. 최근 자영업 불황에 대한 뉴스가 넘쳐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수(61.2%)는 창업을 고려하고 있다(이하 통계는 마크로밀엠브레인 자체 조사 수치). 이유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추적 조사한 데이터에도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시간의 가치’에 대한 인식 변화다. ‘돈은 결국 시간을 사는 것’이라는 인식이 2014년 25.4%에서 2016년 28.8%, 올해 34.9%로 크게 확산되고 있다. 돈을 버는 행위도 나만의 자유로운 시간을 위한 것이라는 자각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핵심은 자발성에 있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쓰고 싶어 하는 경향’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회사로서는 이는 고민되는 주제다. 회사는 목표가 결정돼 있는 경우가 많고, 보상과 통제로 구성원을 관리해온 관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인의 자발성을 극대화해 세계적인 비즈니스로 키운 회사가 있다. 넷플릭스다. 1997년 설립된 넷플릭스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는 세계 최대 멀티미디어 회사다.
이 공룡기업의 급성장기에 인사를 담당한 패티 매코드는 기존 인사 선발과 인재 운용의 법칙을 완전히 위배한다. 보상이나 목표를 ‘줘야’ 한다는 상식을 깨뜨리고, 높은 연봉 외에 어떤 금전적 보상도 없이 자율적인 판단과 목표를 설정하게끔 독려한 것이다.
30년 전 인간의 동기 문제에 대해 독특한 관점을 제시한 심리학자 에드워드 디시와 리처드 라이언은 “인간 본성은 근본적으로 자율성을 지닌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보상과 처벌이란 행동주의 심리학의 기존 패러다임을 뒤집고 인간의 행동을 통제하는 행동과 자율적 행동으로 구분했다. 이들은 자율성이 개인의 성과와 태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주장했다.
2018년 현재, 한국 사회는 일자리에 대해 ‘상반된 불안’이 상존한다. 하지만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자유로운 시간 선택권’의 문제일 수도 있다.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과 회사를 떠나는 기준이 서로 만나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윤덕환 < 마크로밀엠브레인 이사 《2018 대한민국트렌드》 대표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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