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겠다더니…또 엇박자
박원순 시장 "그린벨트 해제 대신 공공임대주택 확대 집중해야"
이해찬 대표 "주택공급 확대 위해 토지공개념 실질적 도입해야"
정부, 이르면 13일 대책 발표
김현미 장관, 與의원과 막판 조율…임대사업자 대출 축소 유력
[ 최진석 기자 ]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는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박원순 서울시장) “토지 공급이 안 돼 집값이 폭등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부가 이르면 13일 강력한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그린벨트 해제를 둘러싼 정부(여당 포함)와 서울시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해 박 시장과 이 대표는 11일에도 정반대 견해를 밝혔다. 이견이 지속되고 있어 공급대책 발표가 늦어지거나 공급 물량이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박원순 “그린벨트 해제 신중해야”
박 시장은 이날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환경포럼에 참석해 “인구는 줄고,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시민들의 욕구는 증대하고 있기에 그린벨트 해제는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며 “중앙정부와 잘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린벨트 해제 대신 다른 주택공급 방법을 찾겠다는 의미다. 서울시는 새로 지정하는 상업지역에서 주택 건설 비율을 높여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유휴공공부지, 유휴철도부지 등에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현재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와 협의하고 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 제40조 1항에 따르면 30만㎡ 이하 그린벨트에 대한 해제 권한은 시·도지사에게 있다. 국토부와 여당 대표까지 나서서 박 시장을 설득하는 이유다. 물론 이 시행령에는 국가계획과 관련해 국토부 장관이 직접 그린벨트 해제를 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정부 관계자는 “서울시장이 완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에서 장관이 직접 그린벨트를 해제하면 더 큰 갈등과 책임론을 불러올 우려가 있다”며 “그린벨트 해제에 정부와 여당, 지자체 모두 합의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집값 안정 대책으로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강조했다. 그는 “국가가 공공임대주택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연기금도 있고, 1100조원이라고 하는 유동자금을 활용해 국공립 임대주택을 확대할 호기”라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역대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에 관심이 없었다”며 “싱가포르 주택의 90%는 공공임대주택이고 세계적으로 삶의 질이 가장 높다는 오스트리아 빈의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70%인데 우리는 전체적으로 5%가 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해찬 “토지공급 안돼 집값 폭등”
‘주택 공급 확대’를 주장해온 이 대표는 이날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예산정책협의회에서 “토지 공급이 안 돼 집값이 폭등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토지공개념을 도입한 것이 1990년대 초반인데 개념으로는 도입해놓고 20년 가까이 공개념의 실체를 만들지 않아서 토지 공급이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처럼 집값이 요동 칠 때는 주택정책을 어떻게 쓰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며 “젊은 사람들을 위한 주택정책에 관심을 두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경기도에서 신경을 많이 쓸 것이 주택정책과 교통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대책 발표를 앞두고 여당과 막바지 조율에 나섰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여당 의원들과 자리를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 확대방안 등 여러 논의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임대사업자 대출에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투기지역에서 신규 주택을 매입해 임대사업자 등록을 할 경우 양도소득세나 종합부동산세 혜택을 축소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부동산대책은 이르면 13일 또는 14일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석 전에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주에는 남북한 정상회담이 있어 이번 주가 적기라는 시각이 정부 내에서 우세하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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