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이야기
영화 속 과학
[ 윤희은 기자 ]
냉동 수면에서 깨어난 우주비행사들이 지구를 대체할 행성을 찾기 위해 여행을 시작한다. 영화 ‘인터스텔라’(사진)의 설정 중 일부다. 냉동인간은 오래전부터 서구권 공상과학(SF) 영화 소재로 다뤄져 왔다. ‘혹성탈출’ ‘바닐라스카이’ 등에서도 냉동인간이 등장한다.
세계 최초의 냉동인간은 1967년 1월에 탄생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였던 제임스 베드퍼드다. 간암으로 사망한 그는 냉동 처리돼 미국의 알코어생명연장재단에서 보관 중이다. 베드포드 이후 냉동인간 관련 기술 연구는 지속적으로 진화해 왔다. 미국 알코어생명연장재단, 미국 크라이오닉스연구소, 러시아 크리오러스 등 3대 냉동인간 기업이 보존 중인 냉동인간은 지난해 기준 350여 명이다.
한국에서도 러시아 크리오러스의 협약사인 크리오아시아가 지난해 11월부터 냉동인간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 7월 크리오아시아를 통해 냉동인간 서비스를 이용하겠다는 첫 국내 문의가 들어왔다.
통상 냉동인간 시술은 의사의 사망선고 후 15분 안에 이뤄진다. 신체 온도를 급격하게 영하로 낮춘 뒤 피를 빼내고 부동액 성질의 장기보존액을 주입하는 과정을 거친다. 깨어났을 때 뇌손상 등을 막기 위한 조치다. 시술을 마치면 전용 저장고에 담겨 부활을 기다리게 된다.
문제는 ‘냉동인간을 살릴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얼려진 냉동인간은 있지만, 부활한 냉동인간은 아직 없다는 것이 이 분야 연구진의 가장 큰 과제다.
최근 이 같은 과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만한 연구 결과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7월 러시아·미국 연구진은 4만2000년 전에 살았던 생물을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길이 1㎜ 내외의 다세포 생물이다. 연구진은 약 300마리의 선충을 대상으로 해동 작업을 시도한 결과 두 마리를 되살렸다고 밝혔다.
지난해 일본 극지연구소는 30년간 영하 20도에서 냉동 보관돼 온 곰벌레를 살리는 데 성공했다. 이 곰벌레는 부활한 후 알까지 낳았다. 2016년에는 미국 브레인프리저베이션재단 연구진이 실험용 토끼의 뇌를 5년간 냉동 보존한 끝에 해동하는 데 성공했다. 포유류의 뇌를 완벽하게 얼렸다가 부활시킨 첫 사례다.
국내에서는 혈액 냉동보관과 관련한 연구성과가 나왔다. 6월 국내 극지연구소는 남극 해양미생물의 신규 물질을 활용해 냉동 상태에서 진행되는 혈액 장기보관 기간을 5배 이상 늘렸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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