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규제로는 집값 상승 못잡아
토지용도·용적률 제한 완화하고
광역교통 정비, 도심선호 낮춰야"
신민영 <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
수도 서울을 중심으로 한 대도시권으로의 인구집중과 그로 인한 주택가격 상승은 선진국이나 신흥국이나 똑같이 마주하는 문제다. 런던이나 파리의 주택가격은 사회초년생처럼 소득이 낮고 자산이 부족한 젊은 세대가 감당하기 불가능한 수준이다. 혁신의 아이콘 실리콘밸리에서는 연봉 1억3000만원을 받아도 주거비 지원대상이 될 정도다. 서울도 예외는 아니다. 1960년 240만 명이던 서울시 인구는 1970년에 500만 명, 1988년에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이후엔 경기 지역 인구가 급증했지만 수도권 전체적으로 주택 등 생활기반이 부족했고 도로는 붐비는 등 혼잡비용을 치러야 했다.
주택가격이 비싼데도 사람들이 대도시로 몰려드는 이유는 일자리가 많고 임금수준이 높아서다. 사람이 모이면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이는 새로운 사업기회로 연결된다. 또 제각각의 서비스 수요에 따라 없던 직업도 생겨난다. 집적의 이익이 발생해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결국 서울의 주택가격이 높은 것은 토지 제약으로 공급이 크게 늘어나기 어려운 가운데 생산성이 높아 지급 능력이 있는 수요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주택가격은 금리나 대출여건, 입지 선호 등에도 영향 받는다. 예컨대 최근 서울에서는 오랫동안 낙후됐다가 개발된 지역이나 문화인프라가 갖춰진 지역이 각광받고 있다. 특히 30대, 40대 젊은 맞벌이 부부들이 출퇴근 시간이 짧은 도심지역을 선호해 주택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주택가격의 핵심변수가 생산성, 혹은 소득이라는 점에서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주택 수요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가격이 오르면 공급이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주택 공급은 가격 변동에 따라 즉각적으로 늘어나거나 줄어들지 못한다. 기본적인 토지제약에 더해 가격이 올라간 뒤 몇 년 뒤에야 공급이 이뤄지는 경우가 다반사고 이런 시차 때문에 가격이 크게 오르내리기도 한다. 주택공급의 비탄력성은 공급 결정에서 완성까지 오래 걸리는 주택건설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개발을 제한하는 다양한 목적의 규제 때문이기도 하다. 서울만 보더라도 용적률 규제, 경관지역 규제, 재건축 규제 등 다양한 규제가 있고 이는 신축적인 주택공급을 제약하는 요인이 된다.
눈여겨볼 부분은 공급을 제약해 가격을 높이는 토지이용 규제가 기존 주택보유자에게 유리하다는 점이다. 경제성장으로 수요는 느는데 공급이 달리니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예컨대 런던의 하이드파크나 맨해튼의 센트럴파크와 같은 도심 내 대규모 공원의 효용은 주택가격에 반영돼 기존의 소유자에게 귀속된다. 결국 학교를 졸업하고 새로이 노동시장에 진입한 젊은 층은 높은 임차료를 내거나, 질 낮은 주거를 선택하거나, 아니면 시 외곽에 거주하며 긴 통근시간을 감수해야 한다. 이렇게 본다면 높은 주택가격은 노동의 이동성을 낮춰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게 된다. 실제로 홍콩에서는 살인적인 주택가격 때문에 젊은 대졸자들이 다른 나라로 이주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반면 토지이용 규제가 낮아 주택가격이 저렴한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은 젊은 층의 유입이 늘면서 날로 번창하고 있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의 주택가격 상승은 수도권 거주자들의 소득 증가와 더불어 젊은 맞벌이 부부들의 도심 선호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정부의 수도권 주택정책은 대출억제를 통한 수요축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가격상승을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판단된다. 토지용도 제한이나 용적률 제한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조정해 주택공급을 늘리고, 대도시권의 교통망을 확충해 시간적 거리를 줄임으로써 도심 선호도를 낮추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그것이 추가적인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막고 젊은 층에 대한 수도권 거주 진입장벽을 낮춰 중장기적으로 경제 활성화를 촉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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