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불법 보수단체 지원(화이트리스트)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에게 검찰이 각각 징역 4년과 6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최병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같이 구형했다. 조 전 수석에겐 벌금 1억원과 4500만원의 추징도 함께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헌법 수호라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정부의 핵심 고위 공직자들로 국민 전체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막대한 권한을 남용했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 전 실장 등은 2014부터 2016년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압박해 33개 친정부 성향 보수단체에 69억원을 지원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김 전 실장에 대해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 보좌하는 비서실장으로서 올바른 국정운영을 할 수 있도록 헌법과 법리를 준수해야 함에도 현 정부 정책을 위해 좌파 척결과 우파 지원이 급선무라고 판단하고 범행을 총괄하고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고, 정무수석이나 비서관의 독단 행동이라고 책임을 떠넘기면서 반성하는 태도를 찾아볼 수 없다"며 "고령에 건강이 좋지 않은 점을 감안해도 파장이 막대해 상응하는 엄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전 수석에 대해서는 "박준우 전 수석으로부터 전경련의 자금 지원에 대해 인수인계를 받아 직전년도보다 금액 증액을 요구하는 등 지속적으로 범행을 실행해왔다"고 주장했다. 또 국정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수수한 혐의에 대해 "특활비가 본래 용도에 쓰이지 못하면서 국가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했다"며 "금전적 유착은 국정원을 권력자의 사적 기관으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범행에 가담한 박준우 전 정무수석, 신동철 전 비서관, 정관주 전 비서관에겐 각각 징역 2년을 구형했다. 현기환 전 정무수석은 총 9년, 허현준 전 행정관은 총 징역 3년10개월과 자격정지 2년, 김재원 의원은 징역 5년과 벌금 10억원, 추징금 2억5000만원이 구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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