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인터넷은행법·서비스발전법 등
상임위 소위서 여야 이견 못좁혀
원내 지도부에 처리 넘겨
박종필 정치부 기자
[ 박종필 기자 ] “당 지도부가 법안을 주고받으며 상임위원회 입법권은 무시됐다. 20대 국회에서는 ‘상임위 중심주의’를 꼭 지켜달라.”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2016년 5월 임기를 마치며 이같이 당부했다. 소관 상임위에서 논의돼야 할 법안을 각 당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서 해결하는 현상이 만연했던 19대 국회를 반성하는 소회였다.
실제 지난 국회 때는 ‘법안 연계처리’와 ‘끼워팔기’ 관행이 많았다. 국제의료사업지원법, 관광진흥법, 대리점거래공정화법 등 성격이 전혀 다른 법안이 여야 지도부의 주고받기를 통해 처리 방향이 결정됐다. 각 당이 서로 원하는 법안을 일괄 통과시키는 ‘패키지 처리’ 방식에 여야 원내지도부가 합의했기 때문이다.
20대 국회도 시작한 지 벌써 2년3개월이 흘렀지만 쟁점 법안을 상임위 자체적으로 처리하지 못하는 기이한 관행은 변하지 않았다. 여야가 간사 협의, 법안심사소위원회 등을 통해 이견만 확인한 채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결국 원내대표 협상력에 기대는 무능함은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8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하루 앞둔 29일 국회 기획재정위 산하 경제재정소위원회는 쟁점법안이었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합의에 끝내 실패했다. 서비스 분야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이 법은 ‘의료영리화’ 논란으로 인해 보건·의료 분야를 포함시켜야 하는지를 놓고 여야가 대립했다.
기재위 관계자는 “30일 오전까지 여야 원내대표가 전격 합의하지 않는 이상 9월 정기국회 때나 논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제한) 완화를 골자로 한 인터넷은행법을 놓고 갑론을박 중인 정무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법안소위에서 결론이 나지 않자 두 가지 대안을 원내대표에게 제출해 일임하고 논의를 중단했다.
전문가들은 “상임위가 막강한 권한에 비해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상임위는 법안 및 예산안 심사를 위해 수십 명의 국회사무처 전문인력을 지원받고 전문가 의견 청취를 위한 공청회도 열 수 있다. 2년 임기의 상임위원장을 서로 하겠다고 달려드는 중진의원들의 경쟁은 어느 선거 못지않게 치열하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회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지만 특정 법안을 어떻게 처리하겠다는 ‘당론’이 정해지면 거스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각 상임위가 원내대표 입만 쳐다보는 현상이 이번 국회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jp@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