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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맥] 고사 위기 방위산업, 감시·규제 만능주의 떨쳐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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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패러다임 전환 필요한 방위산업

10대 防産기업, 지난해 생산 17.8%, 수출 34.5% 급감
방위력 개선비 늘었어도 軍수요↓…방산기반 붕괴 우려
4차 산업혁명의 혁신 원천, 수출산업으로서 육성 절실

안영수 <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지난달 27일 ‘국방개혁 2.0’ 기본방향이 대통령에게 보고돼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남은 개혁 과제가 첫삽을 뜨게 됐다. 이번 국방개혁은 남북한 평화 분위기 조성과 맞물렸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으며, 4차 산업혁명에 부응하는 첨단 기술·장비 개발 등 방위산업 분야 발전을 위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그런데 주요 방위산업 기업의 생산·수출·영업이익이 급감해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 비핵화 진전에 따라 내수 중심인 방산 여건은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산업연구원(KIET) 조사 결과 방산 생산의 65% 이상을 차지하는 10대 기업의 지난해 매출은 약 9조3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7.8% 감소했다.

이 같은 매출 감소는 지난 10년간 KIET가 방산 통계조사를 실시한 이후 처음이다. 한화, 풍산만 미미하게 증가했을 뿐 나머지 기업의 매출은 모두 급감했다. 특히 군용기 전문 생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전년 대비 53% 줄었다. 수리온 헬기의 군 납품 지연과 수출 부진의 결과다.

수출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10대 방산 기업의 수출은 약 1조5000억원으로 34.5% 감소했다. 수출 비중은 16%로 전년 대비 4.1%포인트 줄어드는 등 지난 10년간 계속 증가(2014년 제외)하던 수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유도무기를 생산 중인 LIG넥스원 외 모든 업체가 부진했다. 그동안 수출을 견인하던 KAI가 전년 대비 83.3% 급감한 것이 주 원인으로 파악됐다.


방산 기업의 영업이익은 한계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2016년 32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KAI는 지난해 약 2100억원 적자로 전환됐다. 회계 기준 변경과 감사원 감사에 따른 납품 지연으로 내수에서 대규모 적자가 발생한 탓이다. 매출 1위 기업이면서 방산 전업도 100%(전체 매출 대비 방산 비중) 기업인 LIG넥스원의 영업이익은 43억원에 그쳤고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수준(5%)에 훨씬 못 미친 0.2%다.

방산 전업도가 LIG넥스원과 비슷한 수준인 한화 계열 3사의 영업이익률 역시 1.8~3.9%로 제조업 평균(8.3%)과는 매우 큰 격차를 보였다. 나머지 영업실적 미공개 방산기업의 영업이익률도 LIG넥스원, 한화 등과 비슷한 것으로 추정된다. 불과 3년 전인 2014년에는 10대 방산기업 평균 영업이익률이 6.3%로, 제조업 평균(4.5%)을 웃돌았다.

경남지역·부품업체 피해 확산

방산 매출 부진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지역은 경남이다. 경남은 국내 방산 생산의 64.3%(2016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으며 10대 방산기업 중 6개가 창원·거제·사천 지역에 있다. 지난해 이 지역 방산기업 매출은 전년 대비 27.4% 줄어 10대 방산기업 평균(17.8%)보다 9.6%포인트 낮았다. 경남은 지난 수년간 조선·기계·자동차 및 관련 부품산업의 부진으로 지역경제가 크게 침체한 상황에서 버팀목 역할을 하던 방산 분야마저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서면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부품 생산에 참여하고 있는 다수의 중소기업은 하소연할 곳도 없다.

수출 부진에 영업이익률도 급락

지난해 방산 10대 기업 매출 감소의 주범은 생산액의 84%를 차지하는 내수, 즉 군(軍) 수요 위축이다. 군 수요는 전년 대비 13.6% 감소해 생산 감소액의 61.6%를 차지했다. 지난해 정부의 방위력 개선비가 전년 대비 5.1% 증가한 것에 비춰 보면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정부 예산은 증가했는데 주력 방산기업의 매출은 감소한 것이다. 조달 무기에 대한 정부의 이익보상비율이 과거와 같은데도 주요 내수형 방산기업(내수 비중 84~99%)의 영업이익률이 급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 수출을 주도하던 항공기 잠수함 등 최첨단 분야의 수출이 치명타를 입혔다. 항공 분야는 2016년 10대 방산기업 수출의 40%를 차지했으나 지난해 9.7%에 불과한 수준으로 급감했다. 잠수함은 약 29% 줄었다. 이들 첨단 분야는 심각한 신규 해외 수주 부진을 겪고 있다. 특히 2012년까지 급성장하던 해외 수주액은 박근혜 정부 들어 정체 상태에 머물다가 2016년에는 전년 대비 28% 급감했다. 최근 들어 자주포 등 지상 분야의 수주가 늘고 있지만 전체 수출 증가를 견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올해 13조5000억원에 이르는 방위력 개선비 비리 척결을 위한 정부의 감시가 강화됐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무부처인 방위사업청은 1600여 명의 인원 중 110명이 내부감시 업무를 하고 있다. 그 책임자는 현직 부장검사 출신이다. 감사원의 국방감사단(3개 과)도 방사청을 상시 감사 중이다. 기무사령부도 상당수 인력이 전방위로 밀착 감시하고 있으며, 국가정보원도 작년까지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촘촘한 비리 감시로 ‘복지부동’

세월호 사태 때 통영함에 대한 비난이 방산 비리로 비화하면서 방사청 및 관련 업체를 상대로 한 감사원 감사 및 검찰 수사가 5년째 계속되고 있으며, 비리 대응 각종 규제도 대폭 강화됐다. 감사에 대응해 공무원은 의사결정 회피, 지체상금 부과(1개월 지연 시 계약금의 4.5%, 작년 말 개선)와 부정당 제재(신규 사업 참여 제한) 등 각종 징벌적 조치를 쏟아냈다. 그 결과 기업들은 혁신성 저하, 납기 지연과 매출 감소, 이익률 급락의 악순환에 빠져들었다.

뇌물 사기 등 본질적 비리와 업무상 실수·하자·산업 성숙도를 구분하지 않은 공무원의 편의적 조치들로 인한 방산기업과 정부 간 소송은 로펌 시장에서 ‘이혼’과 더불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을 정도다. 산업정책으로 풀어야 할 일을 소송으로 해결하겠다고 나선 형국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다.

획득·사업관리 중심에서 벗어나야

방산 비리 및 적폐는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 그러나 방산 비리에 대한 잘못된 해법과 수출 무관심으로 안보 강화와 4차 산업혁명의 바탕이 돼야 할 국내 방산 기반이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다. 오진에 의한 잘못된 처방으로 환자가 더 큰 고통에 시달리는 셈이다.

방산 개혁은 현재의 획득·사업관리 중심에서, ‘산업 육성을 통한 혁신성장’ 정책으로 과감하게 전환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경쟁 제도에 부합하는 시장 원칙 확립 △전력화 시기 유연성 확보를 통한 제품 성숙도 제고 △부품 국산화 촉진을 통한 중소벤처기업 육성 △수출산업화 등 기업·시장·일자리 중심의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 국가안보의 근간인 방산기업이 흔들려서는 첨단 무기 개발과 국방력 강화는 물론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혁신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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