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이익공유제' 입법 논란
기존 성과공유제와 달리 이익 등 재무성과 기준으로 배분
정부 "기업 자율에 맡긴다"지만 기업들 "또 다른 규제 탄생"
국내 협력사만 혜택 주면 WTO 조항에 위배될 수도
법안 통과 땐 전 업종으로 확대
[ 심성미/도병욱/이우상 기자 ] ■협력이익공유제를 둘러싼 쟁점은
대기업이 이익 일부를 중소기업에 나눠주는 ‘이익배분제’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입법에 나서면서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이익배분제는 2004년 처음 등장했다. 포스코가 목표를 달성하면 계약대로 중소기업과 성과를 나누는 성과공유제를 도입한 것. 2006년에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이 제정됐다. 기업들은 이후 자율적으로 성과공유제를 도입했다. 2011년에는 ‘초과이익공유제’ 논란이 있었다. 정운찬 당시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은 대기업이 목표를 넘는 이익을 내면 협력사에 나눠주자고 제안했다. 대기업이 반발해 초과이익공유제는 무산됐다. 작년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때 이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부는 연내 입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초과 이익에 누가 얼마나 기여했는지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도화하는 것은 또 다른 규제의 시작”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 성과공유제와 무엇이 다른가
현재 법적 근거가 있는 성과공유제를 시행하는 대·중견기업은 314개 정도 된다. 5500개 중소기업이 제도의 수혜를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협력이익공유제’란 이름으로 확대하려 하고 있다. 두 제도의 가장 큰 차이는 ‘성과’와 ‘분배’의 기준에 있다. 성과공유제는 원가 절감을 비롯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위탁·수탁기업) 사이 모든 형태의 협력활동에 적용된다. 공정 개선, 특허 개발 등 유무형의 협력 성과물이 모두 성과로 인정된다. 반면 협력이익공유제는 매출이나 영업이익, 순이익 증가 등 ‘재무적 성과’만 인정된다. 내년 업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도 올해 영업이익이 증가했다면 약속된 비율만큼 협력업체와 그 과실을 나눠야 한다.
배분을 무엇으로 하는지도 다르다. 성과공유제하에서는 대기업이 현금이나 물량 매출 확대 등을 통해 중소기업과 성과를 공유할 수 있다. 대기업 매출 기여도가 있다고 판단되면 납품 물량을 늘려주는 방식으로 성과 공유가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협력이익공유제는 오직 현금을 배분하는 방식으로만 성과를 공유해야 한다. 엄격한 기준이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납품단가 절감 등 협력사 차원에서 달성한 성과를 공유하던 성과공유제 특성상 주로 제조업 대기업과 하도급 업체 사이에서 시행됐지만 협력이익공유제는 원가를 따지지 않고 매출과 영업이익 등을 근거로 이익을 공유하기 때문에 기존에 성과공유제가 적용되기 어려웠던 서비스업종 등 전 업종에 적용될 수 있다는 점도 다르다.
(2) 정부가 주장하는 협력이익공유제란
정부는 협력이익공유제를 설명하면서 포스코건설 사례를 자주 거론한다. 2009년 포스코건설은 광양 페로니켈 공장을 신설하면서 공사 기간 단축에 성공해 발주자로부터 지급받은 인센티브 36억원 중 21억원을 협력사와 공유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협력이익공유제 법제화를 추진하면서 “도입 여부는 자율에 맡길 것이며 제도를 법제화하는 이유는 협력이익을 공유하지 않는 기업을 처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익을 공유하는 업체에 세제 혜택이나 금융지원 등 인센티브를 줄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과공유제 운영 기업이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 기금을 출연했을 때 법인세 10% 인하 등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협력이익공유제 실행 기업에도 동일한 세제·금융 혜택을 줄 계획이다. 정부는 또 이익공유제를 도입하지 않는 기업을 처벌하는 조항은 전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3) 재계는 왜 반대하나
재계는 이런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협력이익공유제가 법제화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규제의 씨앗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경제단체 임원은 “동반성장지수, 공정거래협약 평가, 각종 실태조사 면제 조치 등 제도에 참여하지 않으면 많은 기회가 박탈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기업 자율에 맡기겠다는 발언은 지나치게 순진하거나 거짓말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반(半)강제적 제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실무적으로도 비현실적인 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익을 공유하려면 기여도를 평가해야 하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자 자동차처럼 수천 개 부품이 들어가는 제품에서 어떤 협력사에 얼마를 줘야 할지를 산정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란 게 재계의 주장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기여도를 측정하려면 협력사의 원가 정보가 필요한데 협력사로서는 공개하는 게 큰 부담”이라며 “이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기술 유출 및 경영간섭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4) 국제협정 위반 우려도
대기업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국내 일부 수탁기업에만 혜택을 주는 것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등 국제협정에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협력업체만 이익공유 대상이 되면 국내 기업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한 통상 전문가는 “WTO는 ‘특정성’을 가지고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모든 행위를 막고 있다”며 “보조금에서 외국 기업이 배제된다면 제소 소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 측은 “강제 조항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이행되는 제도기 때문에 국제협정 위반 소지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5) 계류된 4개 법안의 차이는
국회에는 상생협력법 개정안 네 건이 계류돼 있다. 김경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초과이익공유제’라는 이름으로,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과 정재호 민주당 의원은 ‘협력이익공유제’라는 표현으로 법안을 발의했다. 초과이익공유제란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사전에 합의한 목표를 초과한 이익을 사전에 합의한 규칙에 따라 공유한다는 개념이다. 반면 협력이익공유제는 목표 설정 없이 발생한 수익을 사전에 합의한 대로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4개 법안 중 심 의원과 조 의원의 법안에는 협력이익공유제에 참여한 기업에 조세를 감면해주는 참여 혜택이 포함됐다. 정부는 이 4개 안을 통합한 안을 다음달 발표하고 올해 안에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심성미/도병욱/이우상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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