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열 건설부동산부 기자 philos@hankyung.com
[ 서기열 기자 ] “이미 답은 나와 있고 짜여진 각본대로 흘러가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20여 년 경력의 철도업계 관계자는 지난 23일 발표된 ‘철도산업 구조평가 협의회’ 명단에 대해 “철도산업 발전을 위해 경쟁과 통합 가운데 어느 쪽이 나은지 치열한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며 “현재 구성원 면면을 살펴보면 제대로 된 토론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12명의 협의회 구성원이 경쟁보다는 독점에 치우쳐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수서발고속철도(SRT) 운영사인 SR로 나뉜 철도 경쟁체제의 존치 여부를 평가하는 연구용역이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산업 구조평가’란 이름으로 지난 6월부터 진행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각 기관과 국민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한 ‘철도산업 구조평가 협의회’를 구성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연구가 한 방향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의 설명과 달리 협의회 구성원의 면면은 한쪽에 치우쳤다는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 협의회는 관계 기관인 코레일 SR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사측과 노조 각 1명 등 6명과 시민단체 2명, 철도전문가 4명으로 구성됐다.
각자의 입장을 대변할 3개 기관 대표자 6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6명 가운데 채원호 가톨릭대 교수는 강력한 통합론자로 알려져 있다. 류홍번 한국YMCA전국연맹 정책실장은 ‘철도 공공성 강화’를 강조해온 통합론자다. 윤혁렬 서울연구원 연구원은 나뉘어 있던 서울 지하철의 통합 논리를 발굴한 사람으로 통합론자로 분류된다. 이용상 우송대 교수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출신으로 최근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에 공모한 것으로 전해졌다. 6명 중 절반이 통합론자이고 나머지도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경쟁으로 인한 장점을 주장할 사람을 찾기 힘들다.
인하대 산학협력단의 연구책임자로 김태승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장이 임명된 것은 더 우려스럽다. 김 원장은 직전까지 코레일 철도발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경쟁체제를 강력하게 반대한 사람이다. 연구용역 책임자부터 협의회 구성원까지 이미 통합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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