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이야기
풍속·풍향 측정위성 '아이올로스'
유럽우주국, 세계 최초로 발사
[ 송형석 기자 ]
평소 기상청의 일기예보 적중률은 90% 이상이다. 태풍이 발생하는 등 기단이 불안정한 시기엔 이 비율이 뚝 떨어진다. 24일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 ‘솔릭’ 예보 역시 기대에 못 미쳤다는 게 대다수 평가다. 위력이 어떨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진행 방향과 상륙 지점도 속보를 내놓을 때마다 계속 바뀌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바람 예보’가 그만큼 어렵다고 설명한다. 바람의 방향과 속도를 결정하는 변수가 너무 많은 데다 예보에 필요한 데이터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선진국들은 바람 예보의 정확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유럽은 위성을 쏘아올리는 방법을 골랐다. 유럽우주국(ESC)이 브라질 인근의 프랑스령 기아나에서 지난 22일 띄운 아이올로스(Aeolus)는 풍향과 풍속 측정을 전담하는 세계 최초의 위성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람 지배자의 이름을 따서 아이올로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위성은 지구에서 320㎞ 떨어진 우주공간에 머문다. 예상 수명은 3~4년 정도다.
지금까지 주요국 기상당국은 주로 지상에서 바람 관련 정보를 모았다. 비행기나 애드벌룬도 일부 활용했다. 기존 방식엔 한계가 뚜렷했다. 태풍이 형성되는 적도 근처 열대지역 데이터를 얻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 바람이 어떻게, 얼마나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지도 파악하기 힘들었다.
위성을 활용하면 이런 문제를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 아이올로스 위성은 지구 표면에서 30㎞ 높이의 고도 성층권에서 바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라딘(Aladin)으로 불리는 라이더 장비로 측정한다. 알라딘은 공기 분자와 입자 움직임 때문에 발생하는 자외선 레이저광의 움직임을 추적해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가늠한다.
이 장비는 상당한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졌다. 공기가 없을 때 장비에 부착된 렌즈와 거울이 그을음으로 검게 바뀌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ESC 연구진은 산소를 장비에 인위적으로 주입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전문가들은 아이올로스가 바다나 열대지방처럼 바람과 관련된 측정값이 드문 지역의 일기예보도 뒤바꿀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적도지방을 항해하는 선박들이 한층 더 안전해진다는 의미다. 아이올로스를 활용하면 열대지방 일기예보 정확도가 지금보다 15%포인트가량 올라간다고 ESC 측은 주장한다.
ESC 측은 태풍이나 허리케인의 진로 예측에도 보탬이 된다고 밝혔다. 태풍경로 예측의 정확도 상승폭은 9%포인트로 예상됐다. 일기예보 이상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오염물질이 바람을 타고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추적하고, 이를 제거하는 데도 아이올로스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높은 고도에서 부는 바람을 감지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아이올로스의 강점으로 꼽힌다. 2014년 3월 북유럽에 예고 없이 홍수가 발생했다. 이렇다 할 원인을 찾지 못하던 학자들은 11㎞ 고도에서 발생한 강한 바람이 기상 상황을 바꿨다는 점을 뒤늦게 알아냈다. 당시 아이올로스가 있었다면 지상이나 비행기 관측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높은 고도에서의 바람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었을 것으로 기상학자들은 보고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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