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마르크스(하): 과학적 사회주의
공상적 사회주의?
마르크스 이전에도 생시몽, 푸리에, 오언 같은 사회주의 사상가들이 등장하여 초기 자본주의의 해악이나 모순을 비판하고 유토피아를 건설하려 노력하였지만, 마르크스는 이와 같은 기존 사회주의자들의 사상을 구체적인 사회 개혁 방법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공상적 사회주의’라고 비판하고, 사상적 동지인 엥겔스와 함께 체계적이고 실천적인 ‘과학적 사회주의’를 제시하였다. 공상적 사회주의와 달리, 마르크스의 과학적 사회주의는 자본주의 사회의 메커니즘과 구조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그 모순을 노동자 계급의 계급적 자각과 투쟁에 의해 사회주의로 전환시킬 필요성을 체계적으로 제시하였다.
노동자 계급을 단순히 구제의 대상으로만 보았던 공상적 사회주의들과 달리 마르크스는 노동자 계급을 사회주의 실현의 주체로 보았다. 그리하여 마르크스는 이 사회 변혁의 주체인 노동자 계급에게 자본주의 사회의 내적 모순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통하여 자본주의 사회의 본질과 노동자 계급의 역사적 사명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노동자 주인·역사적 유물론
마르크스가 사회 변혁의 주체인 노동자 계급에 제공하려 한 대표적 무기는 역사적 유물론이었다. 역사적 유물론을 통하여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를 밝힘과 동시에 그것은 왜 필연적으로 붕괴될 수밖에 없는가를 드러내고자 하였다. 역사적 유물론에서 가장 유념해서 살펴볼 것은 역사를 움직이는 요인을, 이념적이고 추상적인 요인이 아니라 경제적인 요인에서 찾는 마르크스의 시각이다. 그에 따르면 역사의 중요한 동력은 어떤 사회의 경제 체제를 형성하게 하는 생산 양식이다. 이 양식에는 두 축이 있는데, 하나는 그 사회의 경제적인 ‘생산 관계’이고 다른 하나는 ‘생산력’이다. 이 두 관계가 조화로우면 그 사회의 생산 양식은 유지되지만, 모순을 일으키면 그 사회의 생산 양식은 무너지고 다른 생산 양식으로 이행한다는 것이다.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마르크스가 보기에 인류 역사 초기에는 원시 공산제 사회의 생산 양식이 있었는데, 사유 재산이 나타나면서 공유제의 생산 관계가 무너지고 생산력에도 변화가 생겨 고대 노예제 사회로 이행하였다. 이처럼 한 사회의 생산 양식에서 생산관계와 생산력 사이에 모순이 발생하면서 고대 노예제 사회는 중세 봉건제 사회로, 그리고 근대 자본주의 사회로 이행해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역사발전의 법칙을 자본주의에 그대로 적용하면, 근대 자본주의 경제 체제는 붕괴되고 새로운 사회주의, 공산주의 사회가 필연적으로 도래할 것이라고 마르크스는 예측하였다.
마르크스처럼 인간의 삶과 역사의 과정 전체를 관통하는 필연적 법칙을 인정하는 입장을 어렵게 표현하여 ‘역사주의’라고 부른다. 그러나 역사의 법칙이라는 것이 과연 우리가 인정할 수 있는 진정한 법칙의 자격을 갖추었는지에 대하여는 다양한 시각이 있다. 역사 발전에 필연적인 내적 법칙이 있다는 마르크스의 설명 이외에도, 봉건제 사회에서 자본주의 사회로의 이행 단계 정도를 제외하고는 사회 변화에 있어 새로운 생산 관계에 의한 혁명적인 변화는 거의 없으며, 그 변화는 점진적이고 매우 복잡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입장 또한 탄탄한 철학적인 논리로 무장하고 있다.
마르크스 시대와 현실
마찬가지로 마르크스의 과학적 사회주의 사상이 여타의 다른 시각을 무시하고 자신의 몇 가지 사회 과학적 전제를 토대로 그것이 마치 전체 현실과 역사에 적용될 수 있는 진리인 양 주장한다면, 이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 될 수 있다. 물론 마르크스주의가 당시 자본주의 비참한 현실 속에서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좌절과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이 정치적 폭압과 비인간적인 화를 초래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전체주의에 기초한 정치 사상이 예외 없이 혁명적이고 급진적인 사회 변혁을 꾀해왔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 기억해주세요
마르크스의 과학적 사회주의 사상이 여타의 다른 시각을 무시하고 자신의 몇 가지 사회 과학적 전제를 토대로 그것이 마치 전체 현실과 역사에 적용될 수 있는 진리인양 주장한다면, 이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 될 수 있다.
김홍일 < 서울국제고 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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