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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민심에 대통령까지 나서 진화… 국민연금 개편 시작부터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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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내고 더 늦게 받는' 개편안
靑 게시판 "폐지하라" 청원 폭주
문 대통령, 복지부 대처 질책

고심 커진 복지부, 제3안 도출?

정부 자문위 두가지 개편안 제출
"사회적 합의 과정 1년 걸려
개편 결론 내년에나 나올 듯"



[ 김일규/박종필 기자 ] 국민연금 보험료를 더 많이, 더 오래 내도록 하는 제도 개편안에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자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국민 동의 없이는 개편하지 않을 것”이라며 보류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전날 국민연금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이 “정부안이 아니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은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사나워진 민심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개편안에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기더라도 당장의 보험료 부담 증가에 동의할 국민은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제도 개편을 위해선 관련 법 개정이 필수인데, 키를 쥐고 있는 야당까지 공세에 가세하면서 이번 제도 개편도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야당도 공세 나서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연금 개편은 노후소득 보장 확대라는 기본 원칙 속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하지 않고 보험료 부담만 늘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국민 동의와 사회적 합의 없는 정부의 일방적인 개편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메시지 관리에 실패한 복지부를 사실상 질책하는 발언도 했다. 그는 “정부 각 부처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이 알아야 할 국정 정보를 정확하게 홍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자세로 업무에 임해달라”고 말했다. 노후소득 보장에 대한 설명 없이 ‘보험료 올린다’는 얘기만 확산된 것에 대해 질책한 것이다.

그럼에도 반발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10~12일 ‘국민연금 제도를 폐지하라’는 취지의 글이 1000건가량 올라온 데 이어 이날도 800건 정도가 더 게시됐다.

야당도 공세에 나섰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1년 넘게 공석으로 두고 운용 수익률은 1% 이하로 떨어졌다”며 “국민은 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불안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국민연금은 강제 가입 의무가 있는 사실상 준조세로서 지금도 50대 퇴직 후 연금 수령 전까지 적절한 수입이 없어 고통받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 또 대안 찾나

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오는 17일 공청회에서 밝힐 제도 개편안은 크게 두 가지다. 40%까지 하향 조정 중인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연금액)을 45%로 올리되, 보험료율을 현행 월소득의 9%에서 당장 내년에 10.8%로 올리는 방안이 첫 번째다. 다른 하나는 소득대체율을 40%까지 낮추는 대신 보험료율은 2033년까지 단계적으로 13%로 올리는 방안이다. 이 경우 연금 수급 연령을 만 65세(2033년)에서 68세(2048년)로 늦추는 방안도 함께 고려하고 있다.

재정계산위는 아울러 연금 수급 연령을 2033년까지 65세로 상향 조정하는 것에 맞춰 보험료 의무납입 연령을 현행 60세 미만에서 65세 미만까지 올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국민연금기금 고갈이 기존 예상보다 3년 이른 2057년으로 당겨질 것이란 재정추계 결과에 따라 이 시점을 2088년까지 늦추기 위한 방안이다.

복지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여론을 감안하면 재정계산위가 내놓은 개편안 중 어느 것도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결국 제3의 새로운 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오는 9월 말까지 종합계획을 마련한 뒤 10월 말까지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연내 개편 논의도 힘들 듯

공이 국회로 넘어와도 연내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관측이다. 김명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한국당 간사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먼저 국민연금 고갈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한 뒤에야 공론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기동민 국회 보건복지위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역대 정권이 국민연금 문제를 미봉책으로 넘겼다”며 “최소 1년 이상 논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하고, 그 내용으로 총선이든 대선에서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세 차례의 국민연금 제도 개편 시도가 있었지만 여야 간 갈등 끝에 대폭 수정되거나 무산됐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홍역을 한 번은 거쳐야 하는데 계속 미루다 홍역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며 “탈(脫)정치적으로 논의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규/박종필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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