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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美여성들의 고민… "이상적 남편상과 현실 차이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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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 기자의 Global Insight

美코넬대·브리검영대 통계 조사
"결혼시장에 구조적 불일치"

희망 남성 소득 5만2020달러
실제 소득은 3만1366달러 불과

아내 소득 더 많은 부부도 증가
결혼에 대한 전통관념 바뀌어야



[ 유승호 기자 ] “10분 더 공부하면 남편 직업이 바뀐다.”

옛날 어느 여학교 교실 벽에 이런 급훈이 붙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열심히 공부하자는 취지지만 학벌주의와 가부장적 권위주의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급훈에 따라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은 어떻게 됐을까. 사회적으로 성공해 그에 걸맞은 남자와 결혼했을까.

여러 실증 연구 결과로는 여성의 사회적 성공은 결혼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대니얼 리히터 미국 코넬대 사회학과 교수와 조지프 프라이스 브리검영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달 발표한 ‘결혼시장의 불일치’ 논문에서 “수많은 고학력 여성이 원하는 결혼 상대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고학력·고소득 남성이 부족한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미국 인구통계국의 2010~2013년 자료를 바탕으로 진행한 이 연구에서 “결혼시장에 구조적인 불일치가 있다”고 했다. 여기서 ‘구조적인 불일치’는 고학력·고소득 여성이 바라는 이상적인 남편상과 현실에 존재하는 남성들 간 괴리를 말한다.

이 연구에서 미혼 여성이 원하는 남성 배우자의 평균 연소득은 5만2020달러(약 5850만원)였다. 반면 미혼 남성의 실제 연소득은 평균 3만1366달러(약 3530만원)에 불과했다. 또 미혼 여성의 74.4%는 백인 남성과 결혼하길 원했지만 실제 미혼 남성 중 백인은 70% 정도로 나타났다.

주요 선진국에선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을 앞선 지 오래다. 미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학기 미국 대학생 중 56%는 여성이었다. 여성 대학생 한 명당 남성 대학생은 0.8명이라는 얘기다. 프라이스 교수는 “역설적이게도 여성들은 인생에서 더 많은 것을 성취할수록 배우자를 찾기가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진 반면 결혼에 대한 전통적인 관념은 크게 바뀌지 않은 것이 이 같은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분석됐다. 여성은 자신보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남성과 결혼하기를 원하고, 남성은 자신보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여성과 결혼하려는 관습이 바뀌지 않았다는 얘기다.

고학력 여성의 결혼과 관련해 일본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제임스 레이모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 사회학과 교수와 이와사와 미호 일본 인구·사회복지연구원 연구원은 2005년 발표한 ‘일본 결혼시장의 불일치’ 논문에서 고학력 남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지면서 고학력 여성의 결혼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여성의 경제적 지위가 높아진 가운데 여성이 남성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려는 경향도 지속되면서 고학력 여성의 결혼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배우자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는 여성도 많아지고 있다. 미국 퓨리서치센터 조사를 보면 아내 소득이 남편 소득을 앞서는 부부 비율은 1980년 12%에서 1990년 19%, 2000년 23%, 2017년 28%로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남편 소득이 더 많은 부부의 비율은 1980년 87%에서 2017년 69%로 줄었다.

한국은 어떨까. 한국은 아직 남녀 간 소득 격차가 크다. 여성가족부의 2016년 조사에서 아내 소득이 남편보다 높은 부부의 비율은 10.5%에 불과했다. 하지만 앞으로의 변화 속도는 매우 빠를지 모른다. 한국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2009년 남성을 앞질렀다. 지난해엔 여성 72.7%, 남성 65.3%로 격차가 더 커졌다. 고소득 직종에서 여성 비중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반면 남편은 돈을 벌어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아내는 경제활동을 하기보다 육아와 집안 살림을 돌봐야 한다는 관념은 여전히 강하다.

여성의 교육·소득 수준이 높아지는 추세를 되돌리기는 어렵다. 고학력·고소득 여성의 증가는 성평등과 인적자원 활용이라는 관점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결혼에 대한 전통적 관념과 가정에서 남녀 역할에 대한 인식 및 법·제도적인 변화까지 요구하고 있다. 그런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젊은 남녀의 비혼 경향과 그에 따른 저출산 문제도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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