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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남중국해는 잊어라, 금리만 올리면 중국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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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무릎을 꿇리는 가장 쉬운 방법은 미국이 긴축을 강화하는 것이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중국에선 자본이 빠져나가고 위안화가 흔들리며 금융시스템이 무너질 수 밖에 없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레버리지가 크고 취약한 금융시스템을 갖고 있다."

미국 원리버자산운용의 에릭 피터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달 말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냈습니다.

피터스에 따르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140%였습니다. 지금은 300%에 달합니다. 그것도 달러 부채가 크게 늘었습니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통해 엄청난 달러를 쏟아내면서 달러 값이 싸졌던 덕분입니다.

그는 "지난 10년간의 엔지니어링(양적완화)을 통해 중국 금융위기 가능성을 높여놓은 건, 미국이 할 수 있던 가장 효과적인 외교정책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피터스는 "미국이 외부적으로는 무역전쟁을 일으키고, 내부적으로는 재정 부양에 나서며 미국 금리가 올라가고 있다"며 "이런 두 정책의 조합은 달러값을 높여 중국으로 향하던 해외 자본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피터스는 "남중국해는 잊어라. 중국의 항공모함 건조는 신경꺼라. 그냥 베이징이 금융시스템에 매달려 옴쭉달싹못하게 놔두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달 말 이런 보고서가 나왔을 때 저는 “일리가 있다”면서도 웃어넘겼습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에서는 점점 더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믿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근거는 두가지입니다.

①트럼프가 미국 장기금리가 계속 올라갈 환경을 계속 조성중이다

중국의 부채 위기를 만들려면 세계 채권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장기물 금리가 오르는 게 중요합니다. 최근 3% 안팎을 왔다갔다하던 10년물 금리는 점점 더 오를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Fed와 제롬 파월 의장을 잇따라 비난했습니다. 기준금리를 계속 올려 미국 경제를 망친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의 언급은 장기물 금리 상승을 더욱 부추길 것이란 게 월가 사람들의 해석입니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의 말을 들을 수 밖에 구조입니다. 트럼프는 호황을 바탕으로 중간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당연히 재선 가능성도 크지요. 파월의 임기는 4년입니다. 2021년 말이면 트럼프가 다시 연임을 결정합니다. 단임이면 큰 불명예지요. 최근 Fed 의장에서 단임으로 물러난 사람은 재닛 옐런이 거의 유일합니다. 그래도 옐런은 정권이라도 교체된 뒤 바뀌었지요.

물론 Fed는 9월엔 금리를 올릴 겁니다. 하지만 12월부터는 조금씩 망설이는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경기가 역사적 호황인데, 기준금리를 올리질 못하면 어떻게될까요. 경기는 과열되고 장기 금리는 더 오를 수 있습니다.

JP모간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가 지난 4일 "10년물 미 국채 수익률이 5%까지 뛸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걸 기억하십니까. 바로 이 얘기입니다.

②‘20년 제로 금리’ 일본마저 긴축에 나선다

지난달 말 미국의 10년물 금리가 갑자기 3%대로 급등한 적이 있습니다. 일본은행이 긴축에 나선다는 보도가 나온 탓이었습니다.

일본은행은 이틀 뒤인 지난달 31일 장기금리의 경우 0~0.1% 수준으로 유지해왔던 것을 변동 폭을 넓히기로 해 사실상 금리 상승을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구로다 총재가 "긴축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월가에선 아무도 믿지않습니다.

일본이 긴축에 나선 시기는 기묘합니다. 유럽연합과 무역 문제를 일단 봉합한 미국은 이달 일본과 통상 협상을 본격화합니다.

일본이 긴축에 돌입하면 어디가 가장 문제일까요. 바로 중국 기업입니다. 지난 몇년간 중국 기업들의 가장 큰 차주는 일본의 상업은행들이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7일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의 데이터를 인용해 중국 정부와 기업이 앞으로 3년간 상환해야 할 부채가 1조7531억달러로 신흥국 전체 채권 상환액의 54%에 이른다고 보도했습니다. 2,3위인 러시아(1330억달러) 브라질(1360억달러) 등의 10배가 넘는 금액입니다.

중국은 기업 설비투자와 해외 자산 매입 등을 위해 외화 부채를 늘려왔습니다. 최근 부채가 너무 커지자 중국 정책당국은 지방정부와 기업의 과잉 부채를 해소하기 위해 힘을 쏟아왔습니다. 이 때문에 석유·가스회사인 차이나리저브&케미컬스(CERC)은 신규 차입이 어려워져 지난 5월말 디폴트에 빠지기도 했지요.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3조1000억달러가 넘습니다. 하지만 경제 규모에 비하면 적은 편입니다.
대표적인 통화공급량 지표인 M3(현금+은행 등 예금)를 기준으로 하면 10%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3조달러중 약 1조달러는 '일대일로' 전략을 위해 스리랑카, 파키스탄 등에 꿔주는 바람에 사실상 받을 수 없는 돈이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달러화가 오르고 위안화가 떨어지면 달러 부채 부담은 급증하게됩니다. 해외 자금은 빠져나가고 있구요. 중국은 환율 방어를 해야하지만 얼마 안되는 외환보유고를 헐어 쓸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최근 위안화 방어를 하는데 과거처럼 직접 개입해 마구 사들이지 않습니다. 중국 인민은행(PBOC)은 이달 초 외환선물 계약을 매입할 때 증거금을 20%로 높였습니다. 또 스왑을 통해 방어에 나서고 있습니다. 달러화를 빌려 위안화 가치를 방어하고 있는 것이죠.

중국은 또 무역전쟁 여파를 막기위해 통화와 재정, 세제(소득세율 인하) 모든 경제 정책을 동원해 내부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부양책은 또 다른 위안화 약세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유동성 공급에 나서면서 중국내 금리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미중 금리차가 좁혀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4.91%에 달했던 중국 상하이은행간 금리(SHIBOR) 금리는 현재 2.84%로 2016년 말 이후 최저로 떨어졌습니다.

런던은행 간 금리인 리보(LIBOR) 3개월물 금리는 2.34% 큰 차이가 없어진 겁니다. 리보는 지난해 말 1.69%였습니다.

이에 따라 위안화를 공매도하고 달러화를 사들이는 역외 헤지펀드들은 공매도 비용이 대폭 감소했습니다. 신나게 위안화를 빌려팔 수 있게됐습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전방위 공격을 정신없이 막고 있지만 상당히 위태로워보입니다.

JP모건은 최근 "투자자들이 중국 정부의 부양책에 실망하거나, 미중 무역전쟁이 더 확대되면 위안화에 대한 하락 압력이 심화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시점에서 중국 정부가 직면하게 될 선택은 3가지가 될 것이며 셋 다 지금보다 매우 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3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외환보유고 감소를 각오하고 환율 시장에 직접 개입한다.
2. 경기 침체를 각오하고 환율 방어를 위해 금리를 인상한다.
3. 자본 유출과 시장 위기를 각오하고 위안화를 내버려둔다.

사실 이들 선택은 대책이 아닙니다. 금융시스템이 붕괴될 것이라는 또 다른 얘기에 불과합니다.

문제는 미중간 싸움에 우리도 원화 약세, 금리 인상 압력에 직면할 것이란 겁니다. 한국 정부와 한국은행도 잘 대비해야겠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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