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위기' 美 미주리대 정상화 이끄는 최문영 총장
170여년 역사 첫 아시아계 총장
'퍼거슨 사태' 때 '소방수'로 투입
"교수·학생 불만 경청하고 협력 호소
추락한 신입생 등록률 다시 높아져"
[ 뉴욕=김현석 기자 ] “조직을 발전시키려면 구성원들이 서로 소통하고 믿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최문영 미국 미주리대 총괄총장(53·사진)은 최근 뉴욕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다트머스대 총장을 지낸 김용 세계은행 총재에 이어 한국계 미국인으로는 두 번째로 미국 주요 대학 총장이 됐다. 177년 역사의 미주리대 4개 캠퍼스를 총괄하는 총장으로서 지난해 3월부터 7만7000여 명의 교수와 학생을 이끌고 있다.
코네티컷주립대에서 수석부총장으로 재직하며 대학 발전의 공신으로 꼽히던 그는 지난해 3월 미주리대에 ‘소방수’로 투입됐다. 미주리대는 2015년 인근 퍼거슨시에서 발생한 인종차별 시위가 학내로 번져 큰 위기를 맞았다. 학내 인종차별 문제에 대처하지 못한 이전 총장 등 지도부가 총사퇴했고, 신입생 등록률이 한 해 만에 30% 가까이 추락했다. 미주리대는 몇 달간 적합한 후임 총장을 찾다가 그를 선임했다. 미주리대 역사상 첫 아시아 출신 총장으로 인종 화합의 적임자란 평가를 받았다.
최 총장은 부임 직후 소통과 변화를 내걸고 교수와 학생, 교직원들을 만났다. 등록률 하락 등으로 교수와 교직원 500여 명이 해고됐을 때다. “먼저 그들의 불만을 경청했습니다. 그러고는 함께 힘을 합칠 것을 제안했습니다. 기본으로 돌아가 교육의 우수성을 높이는 데 힘써달라고 부탁했죠.”
그는 “대학 행정은 쉽지 않고, 교수들은 지시를 받지 않는다”며 “그래서 더 나은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가 한 일은 구성원들이 강의와 연구, 참여(engagement)에 집중할 수 있게 비전을 제시하고 지원하는 것이었습니다. 개인적 성취보다 대학을 통해 더 많은 성취를 이루고자 하는 사람이 늘면서 학교가 나아지고 있습니다. 올해 신입생 등록률은 작년보다 15% 높아졌으며 내년이면 정상화될 것입니다.”
최 총장은 기계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다. 프린스턴대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대학을 졸업했을 때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일할 기회가 있었다”며 “그때 GE를 선택했으면 지금도 세탁기를 만들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미주리대는 한국과 인연이 깊다. 최 총장은 “6·25 전쟁 당시 대통령이었던 해리 트루먼은 퇴임 후 고향인 미주리로 돌아가 모교에 한국인 대상 장학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김덕중 전 교육부 장관이 대표적 수혜자다. 한국인 동문이 1000명 이상으로 해외 대학 동문 중 가장 많다.
최 총장은 간호사였던 모친을 따라 1973년 인근 오하이오주로 이민을 왔다. 부친은 태권도복을 제작해 생계를 꾸렸다. 그는 “저와 여동생들까지 온 가족이 일했다”며 “하지만 부모님이 자식들을 위해 인생을 희생하신 걸 잘 알았기 때문에 공부는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국계 과학기술자들이 모이는 한미학술대회(UKC)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최 총장은 “한국이 경제 대국이 됐지만 인구 감소와 고령화, 빈부 격차 확대 등 여러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며 “리엔지니어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은 인간의 삶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등 큰 문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인간을 중심에 놓고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총장은 “1년에 한 번 이상 한국을 찾는다”며 “한국에서 방문 교수를 하면서 책을 읽는 게 꿈”이라고 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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