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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재처방 받았는데 또…" 고혈압 환자만 속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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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되는 '발암' 고혈압약 사태

중국서 들여온 원료로 만든 대봉엘에스 발사르탄서 발암물질
식약처 "문제藥 3년 복용땐 1만1800명 중 1명 암 발생"

"약 복용 임의 중단하면 더 위험"
환자 18만명 재처방 받아야



[ 전예진 기자 ]
중국에서 들여온 원료로 만든 고혈압약에서 발암 물질이 추가로 발견되면서 중국산 원료의약품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이번에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된 대봉엘에스의 발사르탄은 지난달 문제가 됐던 원료와 중국산이라는 공통점만 있을 뿐 제조사와 제조 공정이 다르다. 이 때문에 중국산 원료를 사용한 다른 의약품에서도 유해 물질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인 모를 발암 물질 미스터리

NDMA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인간에게 발암물질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2A군으로 분류한 물질이다. 전문가들은 NDMA의 원인으로 발사르탄 제조 공정에 쓰이는 용매인 디메틸포름아미드(DMF)를 지목하고 있다. DMF가 고온에서 분해되면서 만들어진 소량의 디메틸아민이 아질산염과 반응해 NDMA를 생성한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문제가 됐던 중국 저장화하이의 발사르탄도 DMF를 사용했다. 그러나 대봉엘에스는 용매로 DMF를 사용하지 않았다. 제조방법상 NDMA가 생성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대봉엘에스는 중국 주하이에 있는 룬두의 조품을 수입·정제해 원료의약품인 발사르탄을 제조해왔다. 조품은 약리 활성을 지닌 물질로 원료의약품의 원료다. 조품의 순도를 높이는 공정을 거쳐 원료의약품을 만들고, 이 원료의약품으로 완제의약품을 생산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제조 공정이 아니라 조품 단계에서부터 문제가 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원식 식약처 의약품안전국장은 “조품이 원료의약품이 되는 과정에는 씻는 작업인 정제 밖에 없어서 여기서 NDMA가 생성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상세 제조방법과 NDMA 발생 원인에 대해 제조회사와 대만 정부기관 등 에 자료 요청 및 문의를 한 상태”라고 말했다.


중국산 원료의약품 주의보

최근 3년간 국내 전체 발사르탄 완제의약품 시장에서 대봉엘에스가 제조한 제품의 비중은 약 10.7%다. 이 중 일부 발사르탄에서 NDMA 잠정 관리 기준(0.3ppm)을 초과했다. 이 기준은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가 권고하는 가이드라인(ICH M7)과 국내외 자료 및 전문가 자문 등을 검토해 식약처가 설정한 것이다.

NDMA 기준치를 초과한 대봉엘에스의 원료를 사용한 완제의약품은 22개사, 59개 품목이다. 해당 의약품을 복용 중인 환자 수는 총 18만1286명으로 이 중 1만5296명은 화하이 발사르탄 문제로 교환한 환자로 나타났다. 이들은 이번 조치로 다시 약을 교환해야 한다.

문제가 된 59개 제품을 처방받은 환자는 진료받은 병원을 방문해 다른 의약품으로 재처방 및 재조제를 받을 수 있다. 처방은 기존 처방 중 남아 있는 기간에 대해서만 가능하다. 약국에서도 의약품을 교환할 수 있다. 재처방과 재조제에 환자가 부담하는 금액은 없다. 기존에 약을 처방·조제받은 의료기관과 약국이 휴가 중이라면 다른 병원이나 약국에 방문하면 된다. 기존 병원·약국이 휴업 중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 다른 곳에서도 교환할 수 있다.

“환자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

식약처는 환자가 임의로 약물 복용을 중단하지 말고 의사와 상담해 재처방 받으라고 권고했다. 발사르탄에 함유된 NDMA가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치명적이지 않다는 점에서다. 식약처는 최고용량(320㎎) 발사르탄 제품을 3년간 복용한 경우, 자연 발생적인 발암 가능성에 더해 1만1800명 중 1명이 추가로 암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ICH M7에 따르면 10만 명 중 1명이 추가적으로 암에 걸리는 경우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다.

김헌 충북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는 “한국사람은 죽을 때까지 100명 중 34명이 한 번 이상 암에 걸린다”며 “여기에 문제가 된 제품을 최고용량으로 3년 동안 복용했을 때 약 1만 명 중 한 명이 추가로 안 걸려도 될 암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활용해 개인별 복용량 및 복용기간 등을 고려한 종합적 평가를 수행할 예정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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