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신뢰 잃으면 참여자 떠나고 실패"
‘고래’에 잠식당한 이오스(EOS)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3세대 블록체인 이오스의 토큰민주주의 실험이 실패로 끝날 위기에 처했다. 다량의 가상화폐(암호화폐)를 보유한 소수(고래)에 의해 블록 프로듀서(BP) 투표가 좌우된다는 의혹이 점차 커지고 있어서다.
이오스는 위임지분증명(DPoS) 방식을 적용한 블록체인이다. 암호화폐를 보유한 전원이 투표권을 갖고 블록을 생성하는 BP 선정에 참여한다. BP들은 컴퓨팅 파워 등 일정 기준을 통과해야 신청할 수 있으며, 득표순 상위 21개 BP가 블록 생성 권한을 갖는다. 암호화폐를 보유한 이들이 투표권을 갖고 자신들의 대표를 선출한다는 특색 때문에 많은 주목을 받았다.
지난 6월 참여자들의 투표로 메인넷이 가동될 당시만 해도 이오스의 토큰민주주의 실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대형 거래소들이 투표에 참여하면서 당초의 청사진이 흐트러지는 형국이다.
이오스의 투표 시스템을 살펴보면 1인1표가 아닌 1주1표의 주주민주주의에 가깝다. 이오스는 1개 암호화폐에 30개의 투표권을 제공한다. 보유자들이 특정 BP 후보에게 몰표를 주거나 여러 BP 후보에게 표를 나눠줄 수 있다. 암호화폐를 개인 지갑에 보유한 이들은 직접, 거래소에 보관한 이들은 투표를 지원하는 거래소에 한해 원할 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투표 결과는 실시간에 가깝게 적용된다.
다만 일부 거래소가 특정 BP가 상위 21위 안에 들도록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우려가 있다. 이오스 타이탄 랩스에 따르면 상위 BP들이 받은 표의 대부분은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파이넥스에서 나왔다. 현재 1위 BP인 스타트이오스아이오비피(Starteosiobp)는 이오스 전체 표의 2.53%를 얻었다. 그중 43.9%가 비트파이넥스에서 나온 표였다. 거래소와 일부 고래를 제외한 일반 개인들의 표 비중은 31.2%에 그쳤다.
물론 거래소를 사용하는 개인들이 자유롭게 한 투표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믿음은 최근 발생한 이오스 해킹 사건으로 무너졌다. 해킹과 관련된 논의에서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며 문제 해결을 지연시킨 일부 BP들이 자신의 높은 순위를 그대로 유지했기 때문. 언제든 표를 주고 회수할 수 있는 이오스 투표시스템 특성상 해당 BP들의 득표율이 즉각 하락하는 게 자연스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거래소에 속한 표가 투표 결과에 절대적 역할을 한다는 점, 그리고 네트워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BP의 높은 득표율이 유지된 현상이 겹치며 이오스 사용자들은 BP 투표시스템이 공정하게 작동하는지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겉으로는 개인들의 자유로운 투표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대형 거래소에 의해 BP 선발이 좌우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투표는 과정과 결과가 공정해야 가치를 가지며 참여도 유도할 수 있다. 특히 참여에 네트워크 작동이 결정되는 블록체인에서 참여자의 외면은 실패를 의미한다.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가장 먼저 투표를 통한 대표 선출 방식을 택한 이오스의 향후 대처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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