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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원전 생태계 복원' 시급성 일깨워 준 영국 수주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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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영국에서 사달이 났다. 한국전력이 수주가 유력시됐던 총 사업비 22조원 규모인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3기 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잃었다. 이 원전 사업권을 가진 일본 도시바가 한전 외에 다른 업체와도 협상하겠다고 통보해온 것이다. 최근 영국 정부가 전기료를 억제하기 위해 정부 보증으로 수주업체의 리스크를 줄여주는 대신 보장수익을 낮추는 방식으로 계약조건을 바꾼 것이 계기가 됐다.

아직 수주가 완전 무산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전이 따낸다는 보장이 없고, 수주하더라도 사업 지연과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영국 가디언지는 “한국의 정권 교체와 한전 신임 사장 임명으로 불확실성이 조성됐다”고 보도했다. 원전은 시공뿐 아니라 향후 수십 년간 유지·보수가 관건인데, 한국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차질이 우려된다는 얘기다.

원전업계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국내에선 설 자리를 잃었는데, 영국 원전 수주마저 불발하면 고사할 수밖에 없다. 2020년 신고리 5·6호기 완공 이후엔 국내 일감이 사라져, 2025년까지 건설할 영국 원전이 유일한 돌파구였다. 내년 결정될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도 가능성이 높지 않다.

원전 수주는 국가지도자부터 앞장서 총력전을 펴는 올림픽과 다름없다. 탈원전이란 족쇄를 차고 뛰는 한국 기업들에는 버거운 싸움일 수밖에 없다. 탈원전을 하는 나라가 원전을 적극 수출하겠다는 것부터가 모순이다. 식당주인이 자기도 안 먹는 음식을 내놓는데 반길 손님이 얼마나 되겠나.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원전 시공·운용능력과 수십 년간 애써 일군 원전 생태계가 하루아침에 무너질 처지다. 핵심 인력의 해외 유출도 막을 길이 없다. 2030년까지 600조원으로 추정되는 세계 원전시장에서 한국은 들러리 역할밖에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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