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현 정치부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서울 광화문 인근 호프집에서 ‘퇴근길 국민과의 대화’를 가졌습니다. 자영업자, 중소기업 대표, 청년구직자, 경력단절여성 등 18명이 모였는데요. 당초 청와대는 이들 참석자들이 문 대통령이 방문하는 줄을 모르고 행사에 초대됐다고 밝혔습니다. 행사 바로 직전 사실을 공개했다고 했죠. “가감없이 허심탄회한 생각을 듣고 싶다는 대통령의 뜻”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참석자 중 한 사람이 ‘사전 섭외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벌어진 겁니다. 청년구직자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지난해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를 위해 만든 ‘수고했어 오늘도’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청년으로 밝혀졌습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고시생들이 자취하는 서울 노량진의 한 빨래방에 깜짝 등장했는데 그때 빨래방에 있던 청년과 빨래를 하고 소주도 마신 내용이 동영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청년이 전날 행사에도 자리한 것입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사진을 보이며 “문재인 대통령이 어젯밤 호프집에서 만난 청년은 지난 겨울, 시장통에서 문 대통령과 소주잔을 기울인 바로 그 청년이었다”며 “세상이 좁은 건지, 아니면 탁현민 선임행정관의 기획력이 탁월한 건지. 문 대통령께서 언제까지 이런 쇼통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가져가려고 하는 건지 지켜보겠다”고 비판했습니다.
논란이 되자 청와대는 “작년 3월 노량진 빨래방에서 당시 대통령 후보이던 문 대통령과 만났던 군무원 준비생 배준 씨는 의전에서 연락해 어제 참석했다”며 “당사자는 대통령 일정임을 알고 온 유일한 참석자이며, 이전에 만났던 국민을 다시 만나 사연과 의견을 경청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런 논란이 벌어진 건 문 대통령뿐 아닙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런 논란에 휩싸였는데요.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조문 시 위로를 한 할머니가 박 전 대통령 지지자 모임의 한 사람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겁니다.
청와대는 “2012년 공무원 준비생으로 처음 만난 경찰관을 지난해 문 대통령이 다시 만난 적이 있다”며 “이전에 만났던 국민을 만나 사연과 의견을 경청하기 위한 것”이라고도 했는데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을 두 번이나 만난 ‘운좋은 청년’ 이야기를 숨기는 바람에 문 대통령의 퇴근길 국민과의 대화가 극적 효과를 위해 연출됐다는 비판은 피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 (끝) /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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