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의 의미는 무엇일까. 평균수명 100세 시대를 맞아 많은 사람이 은퇴 이후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 전에 은퇴와 연금이 어떤 의미인지를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은퇴는 한자로 ‘숨길 隱, 물러날 退’이다. 물러나서 숨긴다는 뜻이다. 물러난 것도 서러운데 숨어 살라는 것인가라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숨긴다는 것은 자기 자신의 존재가치를 낮춘다는 의미다. 그렇게 자신을 낮추어야 은퇴 이후 새로운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다. 진정한 은퇴란 뒤로 물러나서 자신의 가치와 눈높이를 낮추고 후배들에게 앞길을 물려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후준비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은퇴 이후에 연금은 꼭 필요하다. 그러면 연금만 있으면 노후가 보장될까. 그렇지 않다. 은퇴 이후에도 30~40년을 더 살아야 하기 때문에 마냥 쉬면서 보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은퇴 이후 노후자금은 얼마나 있어야 할까. 국민연금연구원에서 나온 자료에 따르면 최소 월 200만원은 있어야 기본적인 노후생활이 가능하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200만원이란 금액이 죽을 때까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정해진 금액이 죽을 때까지 꼬박 꼬박 나올 수 있는 금융상품은 연금보험(종신형)뿐이다.
그렇다면 노후준비를 위한 연금보험은 언제부터 준비하는 것이 좋은지 알아보자. 30세에 결혼해 20대 자녀를 둔 50세 가장의 경우 자녀 학자금, 결혼자금 등 지출이 수입보다 많아지는 자금의 집중기에 직면한다. 결국 노후자금의 준비는 50세 이전에 준비해야 한다. 자금 규모도 고려해야 한다. 최소 월 200만원 정도 있어야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과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으로 월 100만원 정도 준비한다고 가정하면 나머지 100만원은 사적연금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 월 100만원의 연금을 60세부터 종신 받기 위해서는 매월 100만원씩 20년은 불입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연금보험은 30세에 결혼하자마자 바로 가입해야 한다. 대부분 젊은이들이 노후자금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느끼면서도 시간은 충분하다고 미루곤 한다. 그러나 위와 같이 한 번 생각해 본다면, 시간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다.
평균 수명 100세 시대, 장수(長壽)시대다. 생명체가 오래 사는 것을 장수라고 하는데, 오래 살면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쉽게 답변을 하기 어렵다. 장수는 안정적이지 않고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노후 대비 준비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은퇴 이후의 노후란 결코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보통 30세에 경제 활동을 시작해서 60세에 정년을 맞아 100세까지 산다면, 30년 벌어서 70년을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결론이다. 은퇴 후 40년에 대한 노후준비가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100세 시대가 결코 행복해질 수 없을 것이다.
엄재휘 NH농협생명 세종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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