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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의 무기'는 황자총통… 한 번에 쇠구슬 20발 발사해 적군 순식간에 제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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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이야기

화약·탄환 충전시간 가장 짧아

敵船 침몰시키는 천자총통
한 번 출전에 최소 10발 쏴



[ 박근태 기자 ] 임진왜란 당시 조선의 주력 군선인 판옥선에서는 천자총통과 지자총통, 현자총통이 사용됐지만 그보다 작은 돌격선인 거북선은 황자총통을 포함해 4종의 화포를 썼을 것으로 추정된다. 배 위에 지붕을 얹으면서 늘어난 무게를 줄이기 위해 무거운 천자·지자·현자총통 수를 줄이는 대신 가벼운 황자총통을 설치했다는 것이다.

당시 설치된 각각의 화포는 그 나름의 역할이 있었다. 구경이 가장 크고 화약사용량이 많은 천자총통은 오늘날 함대함 미사일 격인 대장군전을 발사하는 임무를 맡았다. 배 앞머리 부위에 설치된 천자총통에서 발사한 대장군전은 적선에 큰 구멍을 만들어 타격을 입히기 위해 적선 하층이나 1층 부분을 겨냥했다. 임진왜란이 끝나고 43년 뒤 편찬된《화포식언해》에는 “천자총통에서 발사한 대장군전 무게가 56근3냥(33.7㎏)인데 화약 30냥으로 900보(1080m)를 날려보냈다”고 기록돼 있다.

천자총통이 파괴력이 강한 함대함 미사일이라면 지자총통은 그보다 파괴력과 사거리가 조금 못 미치는 장군전을 쏘는 데 사용됐다. 지자총통에서 발사한 무게 10㎏ 안팎의 철촉 모양 장군전은 800보(960m)를 날아 적선을 부수는 데 활용됐다. 채연석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UST) 교수는 거북선 내부 구조가 작아 대장군전과 장군전을 보관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지만 한 번 출전에 최소 각각 10발을 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천자총통과 지자총통이 대함용 무기였다면 현자총통과 황자총통은 한 번에 여러 발의 철환(쇠구슬)을 쏟아내 인명을 살상하는 대인 살상용 무기로 이용됐다. 거북선 용머리와 뒷면에 설치해 쐈던 현자총통은 미사일 형태의 전이 아니라 지름 3㎝인 동그란 작은 철환(소연환)을 쏘는 데 사용됐다.

용머리의 현자총통은 천자총통과 지자총통으로 적선을 공격할 때 저항하는 적군을 살상하려고 한 번에 30발씩 철환을 발사했다. 배 후면의 현자총통은 거북선이 적에게 포위됐을 때 뒤에서 공격하는 적군을 막는 데 사용됐다.

황자총통은 거북선에 설치한 함포 가운데 구경이 가장 작다. 조선 후기 기록인 《유원필비》와 《신기비결》을 종합하면 황자총통은 지름 2㎝인 철환 20개를 한꺼번에 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발사 때 충격량이 작아 거북선에 가장 많이 설치됐다. 화약과 탄환 충전시간이 가장 짧은 만큼 적군을 순식간에 제압하는 무기로 활용됐다고 채 교수는 추정했다. 현자총통과 황자총통도 1문당 최소 9~10회 이상 발사할 수 있는 예비탄환을 보유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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