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신세계면세점
규모의 경제 효과
인천공항 1여객터미널 운영권 확보
시내면세점 강남·명동점 등과 시너지
해외공항 면세점 진출도 계획중
유통기업 오랜 노하우 접목
명동점에 대규모 설치 미술품 전시
사진 찍는 '싼커' 몰리며 매출 급증
매장별 '차별화된 경험' 제공 주효
[ 안재광 기자 ]
신세계면세점(법인명 신세계DF)은 지난달 인천국제공항 내 두 곳의 면세점 사업권을 따냈다. 제1여객터미널 동쪽 향수·화장품 판매 지역(면적 1324㎡)과 탑승동 면세점 전체(면적 4767㎡)로 이뤄진 DF1 구역, 피혁·패션 판매가 가능한 DF5 구역(1814㎡)이다. 롯데면세점이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반납한 곳으로 다음달 영업을 시작한다. 신세계는 이로써 기존 매장을 포함해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내 면세점의 절반가량을 운영한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권 추가 확보로 신세계면세점은 단숨에 국내 면세점 ‘빅3’로 올라서게 됐다. “신세계가 면세점 메이저리그에 들어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2년 면세점 사업에 뛰어든 지 6년 만이다. 지난 18일엔 서울 반포동 센트럴시티 내에 신세계면세점 강남점도 문을 열었다.
손영식 신세계DF 대표는 “유통 전문기업 신세계가 오랜 기간 쌓은 상품 기획력과 콘텐츠 개발 능력을 잘 적용해 차별화한 면세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면세점 절반 운영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신세계면세점이 두 곳의 사업권을 모두 가져갈 것으로 전망한 사람은 드물었다. 국내 1, 2위 면세점 사업자 롯데, 신라 등이 모두 참여한 경쟁이었기 때문이다. ‘잘 해야 한 곳 정도 확보하면 다행’이란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신세계는 업계 예상을 뛰어넘는 과감한 입찰 가격을 써내 승리를 거머쥐었다. 막판까지 경쟁했던 신라면세점 대비 25%나 많은 3370억원을 1년 임대료로 제시했다.
신세계면세점이 적극적으로 나선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게 필요했다. 면세점 사업은 판매할 물건을 직접 구매하는 ‘직매입’ 구조다. 수탁 판매를 한 뒤 매출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 백화점 사업과 다르다. 직매입 시 구매력을 높이려면 외형을 우선 키워야 한다. 100개를 사는 것보다 1000개를 살 때 구매 단가가 낮아져 마진이 좋다. 작년 기준 신세계면세점 국내 시장 점유율은 12.7%다. 롯데면세점(41.9%), 신라면세점(29.7%, HDC신라면세점 포함)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
이번 사업권 확보로 신세계면세점은 다른 면세점들과의 격차를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두 구역에서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870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올해 초 제2여객터미널 개장으로 이용객이 분산되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연 7000억원 안팎 매출이 나올 것으로 신세계면세점은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내년 신세계면세점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국제공항이 아시아 3대 허브 공항이라는 점도 고려됐다. 해외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면세점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면세점 진출도 장기적으로 계획하고 있다. 해외 공항 면세점 입찰에 참여할 경우 인천국제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한 경험이 큰 강점으로 작용하게 된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자로 인지도를 높인다면 해외시장에 안착하는 데 유리하다.
특허 기간이 기존 최대 5년(대기업 기준)에서 10년으로 늘어난 것도 과감한 베팅의 이유가 됐다. 면세점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는 최근 5년으로 제한된 특허기간을 대기업은 1회, 중소·중견기업은 2회 갱신을 허용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정부에 전달했다. 향후 수년간 이 정도 규모의 매출이 나오는 면세점 입찰은 없을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쇼핑공간 이상의 특별한 경험 제공 목표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콘셉트를 ‘차별화한 경험’으로 정했다.
기존 면세점이 단순한 쇼핑공간이었다면 새롭게 단장하는 면세점은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요소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랜드마크(landmark)를 넘어 소비자 마음에 오랜 흔적을 남기는 마인드마크(mindmark)로서 국내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차별화한 경험은 기존 신세계면세점에도 적용된 개념이다. 명동점이 대표적이다. 2016년 문을 연 이곳에는 대규모 설치 미술품이 있다. 벨기에 출신 설치미술가 카스텐 휠러의 ‘미러 캐러셀’이다. ‘회전그네’로도 불리는 이 작품은 폭 7.5m, 바닥 길이 4.5m 크기다. 작품 주변 360도 벽면에는 서울 대표 관광지를 소개하는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가 설치됐다.
320㎡의 이곳을 매장으로 운영하면 월 30억원 이상 매출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신세계면세점은 다른 곳에 없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매출을 포기하고 이 작품을 전시했다.
효과는 컸다. 작년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 방문이 뚝 끊겼을 때도 중국인들이 끊이지 않았다. 개별 관광객(싼커)들이었다. 이들은 ‘사진 찍기에 좋다’며 줄을 섰다. 중국에서 인기를 끈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에 나와 더 유명해졌다.
올초 개점한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도 다른 면세점들과 달랐다. 동선 중앙부를 유명 쇼핑몰 콘셉트로 꾸몄다. 공항 면세점 중 처음 ‘캐릭터 존’도 마련했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사진을 찍고, 놀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최근 시내면세점인 강남점을 새로 열었다. 두 번째 시내면세점이다. 센트럴시티 내 1만3571㎡에 350여 개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이곳은 고속버스터미널과 지하철 3개 노선이 교차하는 교통의 요지다. 국내 백화점 매출 1위를 다투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JW메리어트호텔 등도 지하로 연결된다.
이런 접근성을 활용해 강남점은 개별 관광객 유치를 위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뒀다. 젊은 여행자들이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진을 올리는 점을 고려했다. 손영식 대표는 “향후 면세점 시장은 20~30대 젊은 개별 관광객이 이끌어나갈 것으로 본다”며 “현지에서 하는 특별한 체험과 경험을 중시하는 젊은 방문객의 특성을 고려해 매장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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