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발전에도 생산성 정체 원인
[ 김현석 기자 ] 생산성 정체의 수수께끼가 혁신이 대기업 주도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혁신과 생산성 향상이 글로벌 대기업에서만 일어나고 중소기업들은 뒤처지면서 전체 생산성이 정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01년부터 생산성이 가장 많이 증가한 5% 기업을 분석했더니 제조업에선 33%, 서비스업에선 44%의 생산성 개선이 이뤄졌다. 하지만 상위 5%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회사의 생산성 향상은 제조업 7%, 서비스업 5%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생산성 격차의 요인은 ‘규모의 경제’에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세계 시장을 제패한 대기업들은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에 먼저 투자할 수 있고 좀 더 낮은 비용으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대기업들은 또 개발 기술을 특허로 보호할 능력을 갖고 있다. 아마존과 알파벳, 페이스북 등이 대표적이다. 세계화와 디지털 기술 발달로 세계 소비자들은 지역적 한계를 넘어 언제든 그들의 최첨단 정보기술(IT)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기업 간 생산성 격차는 부와 소득의 격차를 부르고 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 조사에 따르면 1978년 이래 동일 회사 내 임금 격차는 거의 변하지 않았지만, 다른 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 간 임금 격차는 증가하는 추세다. 유르겐 마이어 지멘스 영국법인 회장은 “대기업들이 혁신과 신기술을 중소기업에 확산시키는 게 새로운 이익이 되고 있다”며 “뒤처지는 기업이 그들의 협력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급망의 생산성을 높이면 공급망 내 모든 참여 기업이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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