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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한국만 '증세'… 원·달러 환율 얼마나 끌어올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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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이후 각국의 경제정책 우선순위가 ‘재정’으로 빠르게 이동되고 있다. 실물 경기가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한 여건에서 금융위기 이후 풀린 과잉 유동성으로 주식, 채권, 부동산에 걸쳐 모두 거품이 우려돼 더 이상 금융 완화를 추진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 수단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재정지출을 늘리는 전통적인 ‘케인지언식 총수요 진작책’이다. 다른 하나는 감세를 통해 경제주체(특히 기업)의 의욕을 고취시켜 성장률과 재정 수입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1980년대 초반 로널드 레이건 정부 시절 추진한 ‘공급중시 수단’이다.

눈에 띄는 것은 종전에 많이 사용했던 ‘재정 지출’보다 ‘세금 감면’에 더 주력한다는 점이다. 충분한 이유는 있다. 케네스 로코프 미국 하버드대 교수와 같은 재정적자 축소론자는 국채 발행을 통해 공공지출을 늘리면 국채 소화 과정에서 상승한 금리로 민간 소비와 투자가 감소하는 ‘구축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세계화’에 대한 반성 때문이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선진국과 신흥국 간 성장 격차가 축소됨에 따라 선진국 학자를 중심으로 세계 경제의 추진력으로 간주되던 세계화를 보는 시각에 변화가 생겼다. 특히 미국과 같은 세계화 정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경기 회복에 따른 고용 창출 효과가 떨어졌다.

경기부양책에서 미국이 일자리 창출에 최우선순위를 둔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는 직전의 버락 오바마 정부가 추진한 ‘리쇼어링’ 정책을 오히려 강화해 추진하고 있다. 리쇼어링이란 세계화의 목표인 아웃소싱의 반대 개념으로, 해외에 나가 있는 미국 기업(외국 기업까지 포함)을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불러들이는 정책을 말한다.

미국 이외 국가들은 비상이 걸렸다. 법인세를 내리지 않을 경우 자국에 들어왔던 미국 기업과 달러, 경우에 따라서는 자국 기업까지도 한꺼번에 잃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재정 파탄 우려가 있는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국가가 법인세를 내리는 추세다. 재정 파탄 국가도 위기만 벗어나면 법인세를 내린다.

한국 정부도 경기부양 수단으로 재정정책을 선택했다. 방향은 맞다. 선진국의 출구전략 추진 등으로 금리를 내리기가 쉽지 않고 다른 국가에 비해 재정이 상대적으로 건전하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로 우리의 재정 건전도를 평가해보면 신흥국 위험수위인 70%의 절반을 조금 넘는 40% 안팎이다.

하지만 재정 지출에 필요한 재원을 주로 증세로 마련하겠다는 점은 다른 국가와 구별된다. 증세가 경기 회복과 재정 수입에 도움이 될지 여부에는 레이건노믹스의 이론적 근거였던 ‘래퍼 곡선(Laffer’s curve·미국 경제학자 아서 래퍼 교수가 주장한 세율과 세수 간 관계를 나타낸 곡선)’에 대한 사전지식이 필요하다.

래퍼 곡선은 두 구간으로 구분된다. 세율과 재정수입 간 정(正)의 구간은 ‘표준 지대’, 부(負)의 구간은 ‘비표준 지대’다. 표준 지대에서는 증세를 하면 성장에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 세수가 증가하지만 비표준 지대에서는 경제 효율을 떨어뜨리는 세율을 내려야 경기가 살아나면서 재정 수입이 늘어난다.

미국을 필두로 감세를 추진하는 대부분 국가는 세율이 비표준 지대에 놓여 있다는 판단에 따라 경제주체의 인센티브를 제고하는 것이 경기부양과 세수 확대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법인세, 소득세, 부동산세 가릴 것 없이 세율을 일제히 올렸거나 올릴 계획이다.

우리 경제 내부에서는 법인세, 소득세, 부동산세 모두 적정세율이 얼마일까에 대해 논란이 많다. 현재 세율이 적정세율 밑이라면 증세를 통한 현 정부의 재정정책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반대로 적정세율보다 높으면 단기적으로 경기둔화, 중장기적으로 세수 감소와 같은 후폭풍이 의외로 클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것은 주가와 원·달러 환율에 미치는 효과다. 작년 11월 이후 세제개편안이 미국 하원과 상원을 거치면서 글로벌 환율의 벤치마크 지수인 달러인덱스는 88대에서 94∼95대로 상승했다. 법인세 인하로 미국으로 자금이 환류되는 달러 리쇼어링 현상이 본격화되면서 달러 수요가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은 금리뿐만 아니라 법인세도 역전됐다. 금리는 올해 안으로 최대 1%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트럼프 정부는 법인세를 20%로 추가 인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경기 등 다른 면에서 투자 매력을 제공하지 않을 경우 하반기에도 외국 자금 이탈로 주가가 떨어지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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