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창고형 할인점' 홈플러스 스페셜 목동점 가보니
통로 넓히고 박스상품 진열
소포장도 팔아 선택 폭 넓혀
상품 가짓수는 20~30% 줄여
스페셜 매장 2주새 매출 2배
[ 안재광 기자 ]
산더미처럼 쌓인 상품, 차가 다녀도 될 정도로 넓은 통로…. 11일 찾아간 서울 목동의 ‘홈플러스 스페셜’ 목동점. 코스트코, 이마트 트레이더스 등과 같은 창고형 할인점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홈플러스 스페셜은 성장 정체에 빠진 대형마트 사업에 변화를 주기 위해 홈플러스가 내놓은 신개념 매장이다.
이날 목동점에선 30개가 든 신라면 한 박스를 1만7580원에 팔고 있었다. 2만원대인 온라인 판매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이다. 창고형 할인점엔 없는 5개씩 묶인 비닐 포장 신라면도 눈에 띄었다. 3380원. 개당 가격은 박스 상품 대비 13.6% 비쌌다. 박스 상품과 소포장 상품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김웅 홈플러스 상품부문장은 “스페셜 매장에선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히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사람 친화적 진열·넓은 통로
홈플러스 스페셜은 창고형 할인점과 대형마트 장점을 갖추고 있어 ‘하이브리드 디스카운트 스토어’로 불리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대구점을 시작으로 연내 20개 매장을 ‘스페셜’ 매장으로 바꿀 계획이다. 12일 개점하는 목동점은 서울 첫 스페셜 매장이다.
스페셜 매장은 상품 구성이 기존 홈플러스와 다르다. 상품 수가 1만7000여 개로 마트인 홈플러스보다 20~30% 적다. 반면 홈플러스에 없는 대용량, 단독 상품은 2400여 개에 이른다. 바나나우유 16개가 든 박스 상품, 한 판에 60개짜리 계란 등이 대표적이다.
대용량 상품 옆엔 ‘소용량’ 상품을 진열했다. 맥주 매대엔 호가든, 에비스 등이 박스째 쌓여있는데, 그 옆엔 한 병씩 골라 담는 코너가 따로 있다. 가격은 박스로 살 때 10~20% 저렴하다. 대용량과 소용량을 따로 분류하기 어려운 상품은 ‘중용량’으로 통일했다. 창고형 할인점의 히트상품 중 하나인 양념불고기는 1.5㎏ 한 종류만 진열했다.
매장은 소비자들이 이동하기 쉽도록 꾸몄다. 소비자들이 다니는 동선을 기존 대비 22% 넓혔다. 카트가 부딪치거나 엉킬 염려가 적어 보였다. 진열 방식도 ‘사람 친화적’으로 바꿨다. 가로로 누워 있던 냉동고는 세로로 세워져 냉동식품을 고르거나 집을 때 허리를 숙이지 않아도 됐다. 생선이나 고기는 껍질을 벗겨 먹기 좋게 잘라서 판매한다.
◆스페셜 매장 전환 뒤 매출 두 배
홈플러스가 스페셜 매장을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쓴 건 ‘운영 효율’이다. 협력사에 납품 단가 인하를 요구하지 않으면서 가격을 낮추려면 판매관리비 등을 낮추는 방법밖에 없었다. 이를 위해 생수 등 부피가 크고 무거운 상품은 지게차가 상품을 받칠 때 쓰는 팔레트 위에 그냥 올려뒀다. 산더미처럼 상품을 쌓아 진열 업무를 기존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은 “좋은 상품, 저렴한 가격 등 유통의 본질이 아닌 것은 전부 걷어내고 없애는 작업을 지난 1년 반 동안 지속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스페셜에 대한 소비자의 좋은 반응은 매출로 이어지고 있다. 대구점과 서부산점이 스페셜 매장으로 바뀐 뒤 최근 2주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13% 증가했다. 1인당 구매액은 기존 대비 45% 뛰었다. 임 사장은 “스페셜 매장을 발판 삼아 앞으로 3년간 평균 두 자릿수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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