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특별수사단 단장에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 임명
수사단 내달 10일까지 활동
넉달 전 제기된 의혹 뒤늦게 수사
'사드반입 조사' 데자뷔 논란도
[ 정인설 기자 ] 국방부가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 조사를 책임질 특별수사단장을 임명했다. 검찰도 관련 사건을 공안 전담부서에 배당하며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 방문 중에 진상조사를 지시한 지 하루 만이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11일 기무사 계엄령 검토 문건과 세월호 유족 사찰 의혹을 수사할 특별수사단 단장에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대령·사진)을 임명했다.
전 단장은 앞으로 송 장관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단을 꾸릴 방침이다. 기무사에 육군 출신이 많아 육군과 기무사 출신이 아닌 군 검사 위주로 30여 명 규모로 구성된다. 다음달 10일까지 1개월간 활동하며 필요에 따라 수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특별수사단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 때 계엄 검토 문건을 작성하고 세월호 사건을 사찰한 것과 관련해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 한민구 전 국방장관,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등을 수사할 가능성이 크다. 국방부는 12일 군 수뇌부와 민간 자문위원들이 참석하는 ‘군인복무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 등에 관한 대책을 논의한다.
검찰도 11일 기무사 관련 고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들어갔다.
정치권에서는 그러나 작년 5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반입 때처럼 대통령 말 한마디로 이미 알려진 의혹에 대해 뒤늦게 조사에 착수한 배경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김성태 한국당 대표권한대행은 “대통령의 지시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며 “기밀로 분류되는 문건이 공개된 배경을 확인하고 위법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기무사가 국민을 가상의 적으로 설정하고 위수령 발동과 군병력 이동까지 검토한 것은 헌법상 내란음모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사실관계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민주당의 문제 제기로 시작됐다. 추 대표가 2016년 11월18일 군 계엄령 준비 의혹을 거론한 데 이어 이철희 민주당 의원이 국방부에 입장 자료를 요구했다. 한동안 잠잠하다 지난 3월 군인권센터와 이 의원이 관련 의혹과 문건을 재차 폭로했고, 문 대통령은 넉 달 뒤인 지난 10일 인도 방문 중에 기무사 관련 의혹과 관련해 독립수사단을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수사도 지난해 사드 조사처럼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4월 당시 사드 4기를 몰래 반입했다는 의혹이 일부 언론을 통해 제기되자 문 대통령은 한 달여 뒤 “깜짝 놀랐다”며 반입 경위를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이 사건은 그러나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나서 김 전 실장과 한 전 장관을 직접 조사했지만 관련성을 찾지 못했고 1주일 만에 위승호 국방부 전 정책실장을 인사조치하는 선에서 조사를 마무리했다. 당시 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진상 조사 지시에 대해 “청와대발 인사 참사 책임을 면피하고 장관 후보자들을 무사통과시키기 위한 국면전환용 카드”라고 비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