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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트] 창업자·투자자 찰떡 궁합… 배달의민족, 기업가치 1조5000억원 '퀀텀 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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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유니콘과 모험자본의 길
(6) 투자자 신뢰 업은 '배달의 민족'

7년 만에 '국내 최대 배달앱'
골드만삭스·알토스벤처스 등
유통 패러다임 전환에 베팅

'수수료 0%'…위기를 기회로
실적 반토막 불보듯 뻔했지만
김봉진 대표 "이윤보다 고객 먼저"
소비자들 감동…앱 주문 폭주
8개월 만에 전년 수준 수익 회복

푸드테크 기업으로 외연 확장
모바일 반찬가게·로봇 등 도입
네이버 AI 스피커 통해 음성 주문
투자자들, 긴 호흡으로 회수 전략



[ 이지훈 기자 ] “지금 당장 돈을 못 벌어도 브랜드를 지키는 게 더 중요합니다.”

음식 배달 앱(응용프로그램)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사진)는 2015년 중개수수료 포기를 선언했다. ‘수수료 폭리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자 내린 결단이었다. 주요 수입원을 포기한다는 그의 폭탄 발언에 투자자들은 아연실색했다. 어려운 시간을 견뎌내고 겨우 돈을 벌기 시작하던 무렵이었다. 함께 고생하던 직원들의 반발도 거셌다.

하지만 김 대표는 “브랜드를 지키면 더 큰 시장이 열린다”며 뚝심 있게 투자자들을 설득했다. 본엔젤스, 알토스벤처스, 골드만삭스 등 국내외 투자자는 “경영은 결국 경영자의 몫”이라며 수수료 0% 정책에 동의했다. 실적이 곧바로 반 토막 날 게 불보듯 뻔했지만 김 대표의 ‘큰 그림’을 믿어보기로 했다. 김한 알토스벤처스 대표는 “배달의민족이 배달앱을 넘어 푸드테크 시장을 선도할 것이란 믿음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결정이었다”고 했다.


‘수수료 0%’ 정책… 선순환 구조 마련

위기가 기회로 바뀌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수수료 0%에 끌린 소비자들이 배달의민족을 일부러 찾기 시작했다. 앱을 통한 주문량이 급증하고, 가맹점주들의 자발적 광고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졌다. 회사는 8개월 만에 전년 수준의 수익을 회복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우아한형제들은 연 70% 이상의 매출 증가세를 거듭했다. 지난해 매출은 1600억원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는 30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2016년 첫 흑자전환에 성공한 뒤 작년에는 영업이익을 217억원까지 끌어올렸다. 김봉진 대표는 “‘기업의 목적은 이윤 창출이 아니라 고객 창출에 있다’는 피터 드러커의 말을 늘 되새긴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자들 잇따라 자금 투입

배달의민족의 가능성을 가장 먼저 알아본 투자자는 게임업체 ‘블루홀’ 창업주로 유명한 장병규 의장이다. 그는 2011년 벤처캐피털(VC) 본엔젤스를 통해 3억원의 초기자금을 출자했다. 이후 벤처캐피털 업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김한 대표가 이끄는 알토스벤처스를 비롯해 힐하우스캐피탈,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자들이 잇따라 투자했다. 네이버도 지난해 10월 350억원의 자금을 넣어 우아한형제들과 피를 섞었다.

이들 투자자는 인터넷에서 모바일로 유통시장에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는 변곡점에 배달의민족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배달앱 서비스는 이미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다. 3억원의 초기투자금과 5명의 직원으로 첫걸음을 뗀 우아한형제들은 1463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해 직원을 약 1000명까지 늘렸다. 그 사이 배달의민족은 월 650만 명이 20만 개 업소에서 1800만 건을 주문하는 국내 최대 배달앱으로 성장했다. 연 거래량은 3조원. 유료 광고를 하는 업주는 5만 명에 달한다.

투자자들은 경영 간섭은 최소화하면서 회사 성장을 위한 측면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디자이너 출신인 김봉진 대표가 초기에 회사 운영과 관련해 어려움을 겪을 땐 경영노하우 전달과 회계 지원에 초점을 뒀다.

김 대표가 미국 그러브허브의 맷 말로니, 우버이츠의 다라 코스로샤히 등 글로벌 배달서비스업체 최고경영자(CEO)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중간다리 역할도 했다. 다른 글로벌 투자자들과의 교류도 끊임없이 주선한다.

투자자와 경영진 간 환상 호흡

투자자들의 지원 아래 배달의민족은 외식 배달 서비스 배민라이더스, 모바일 반찬가게 서비스 배민찬 등 신규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이며 ‘푸드테크’ 전방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로봇 등 최신 기술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네이버와의 협업은 배달의민족의 AI 기술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작년 말 네이버 AI 스피커인 ‘클로바 프렌즈’를 이용해 배달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음성 주문 서비스에 나선 건 그 신호탄이다.

알토스벤처스, IMM 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캐피탈 등이 2012년 20억원가량을 투자할 때 배달의민족 기업가치는 약 80억원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2년 뒤 골드만삭스가 투자할 때는 그 20배에 달하는 15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네이버는 약 7000억원의 기업가치를 평가해 지분투자를 결정했다.

IB업계 관계자는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의 그러브허브 시가총액 9조원을 넘어섰다"며 "배달의 민족의 현재 기업가치도 현재 1조5000억원 수준까지 성장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배달의민족은 성장 가능성이 무한해 투자자들도 긴 호흡으로 투자금 회수 전략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기사 전문은 마켓인사이트(marketinsight.hankyung.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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