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 인터뷰 - 고영훈 아스트라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이사
달러貨 흐름이 향방 가를 것
강세장 기대하기 어렵고
주가 급락할 가능성도 낮아
4차 산업혁명 관련 원자재주
대북 관련 인프라주
소외된 내수·배당주 주목을
[ 조진형 기자 ] “현 주식시장은 무조건적인 강세장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과거 위기 상황처럼 급락할 가능성도 낮습니다. 글로벌 자산 흐름을 읽고 시대 흐름에 맞게 투자 종목을 선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입니다.”
고영훈 아스트라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이사(사진)는 1일 “증시 향방을 보려면 단기적으로는 달러 가치 추이를, 장기적으로 자산시장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약세장에선 4차 산업혁명 관련 원자재주, 대북 관련 인프라주, 소외된 내수·배당주가 유망하다고 조언했다.
◆“약세장에서 트레이딩 승부”
고 이사는 얼마 전까지 NH아문디자산운용에서 4000억원 이상 공모 주식형펀드를 운용했다. 운용을 맡았던 3년3개월 동안 안정적인 수익을 자랑했다. 분기로 봤을 때 13분기 가운데 12분기를 벤치마크인 코스피지수를 웃돈 성과를 냈다.
고 이사는 단기적으로 달러 가치 흐름이 시장 방향성을 가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현재 지수는 미국 달러지수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며 “전 고점 수준인 달러 가치가 계속 높아지면 신흥국 시장이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나홀로 호황을 보였던 1990년대와 달리 이머징 국가들의 기초체력이 개선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이고 있는 미국 우선주의가 시장에 공포를 안겨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코스피지수는 상반기 마지막 거래일이던 지난달 29일 장중 2300선을 밑돌기도 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봐도 강세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 이유를 글로벌 자산 사이클로 설명했다. 고 이사는 글로벌 자산의 중심축이 ‘채권→부동산→주식→원자재’ 순으로 이동하는 큰 흐름을 봐야 한다고 했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땐 채권이 좋아지고, 금리가 떨어지면 부동산 경기가 살아난다. 그 다음 경기가 좋아지기 전에 주식시장이 오른 뒤 마지막엔 실물경기가 좋아지면서 원자래 랠리가 이어진다. 그는 “현재 자산 사이클은 주식을 지나 원자재로 이동하는 단계로 판단한다”며 “앞으로 지루한 약세장에서 누가 수익 기회를 놓치지 않는지가 중요한 ‘트레이딩 게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가 올해 헤지펀드 운용사에 합류한 것도 이 같은 시장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아스트라자산운용은 유리치자산운용 창립 멤버였던 이수창 대표가 지난해 8월 설립한 신생 헤지펀드 운용사다.
◆보험주 ‘저평가’ 매력
고 이사는 원자재 랠리는 시대 담론과 연관이 깊다고 말했다. 2007년 ‘골디락스’ 시절에는 해운 벌크선운임지수(BDI)가 폭등했다. 중국의 경기 부양이 화두였던 2011년엔 중국 소비가 많은 화학 정유 등이 주목받으며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이 주도주로 부상했다.
그는 “현재는 4차 산업혁명의 수혜를 볼 원자재 관련주에 주목해야 한다”며 “대표적인 사례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호황”이라고 말했다. 사물인터넷(IOT)으로 다양한 기능을 갖춘 가전기기 수요가 늘면서 MLCC 랠리가 계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고 이사는 대북 관련 인프라주도 빼놓을 수 없는 섹터라고 했다. 그는 “과거 유럽연합(EU)도 연결되는 과정에서 내수 경제가 크게 발전했다”며 “대륙경제를 연결하기 위한 가스, 도로, 철도 등 인프라투자 관련주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정부 지원이 기대되는 한국가스공사의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약세장에선 소외된 내수주와 배당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당주 관점에서 일부 우선주나 보험주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고 했다. 음식료주 가운데 매일유업, 동원 F&B, 신세계푸드 등을 눈여겨볼 만하다고 했다.
그는 펀드매니저를 세상의 흐름을 읽는 투자자, 기업 분석을 하는 애널리스트, 시장 심리를 읽는 트레이더 등 세 가지 역할을 동시에 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세 가지 중에 어떤 능력이라도 특출하다면 좋은 매니저라고 할 수 있다”며 “펀드를 고를 때 3년 이상 안정적인 성과를 낸 매니저가 운용하는 펀드를 고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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