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487.59

  • 5.47
  • 0.22%
코스닥

690.48

  • 7.13
  • 1.04%
1/4

월성1호기 조기폐쇄하고 신규 원전 4기도 백지화… 한수원, 원전 1년간 세워놓고 "경제성 없다" 주장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이슈&이슈

정부의 탈원전 정책 맞추려
'180도 바뀐' 한수원의 평가

전문가들 "수익성 평가에 오류
경제성 분석 보고서 공개해야"

전기료 인상 불가피할 듯
"저항 못할 산업용부터 올릴 것"



[ 조재길 기자 ]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2022년까지 운영 허가를 받은 월성1호기 원자력발전소를 조기 폐쇄하기로 했다. 경북 영덕 등에 짓기로 했던 신규 원전 4기 건설도 백지화했다. 한수원은 지난 15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 건설이 중단된 원전은 천지1·2호기와 대진1·2호기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강화된 안전기준과 경제성을 면밀하게 따져본 결과 계속 운전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냈다”고 했지만 여당의 지방선거 압승을 계기로 정부가 탈(脫)원전정책을 지나치게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몇 년 만에 ‘적자 내는 하마’로 몰린 원전

무엇보다 한수원이 월성1호기 조기 폐쇄의 원인으로 지목한 ‘경제성’을 놓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됐던 발전소가 하루아침에 ‘적자 내는 하마’로 둔갑해서다. 한수원은 긴급 이사회에서 1982년 가동하기 시작한 월성1호기를 36년 만에 조기 폐쇄하기로 결정했지만, 선진국에선 안전 보강 등을 거쳐 60년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한수원은 2009년에도 월성1호기의 경제성을 검토한 적이 있다. 2012년 운영허가 1차 만료를 앞두고서다. 당시엔 “경제성이 높기 때문에 월성1호기를 계속 운전해야 한다”고 결론 냈다. 이와 관련해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태가 터진 뒤 안전성을 보강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추가됐다”며 “(월성1호기) 발전 원가가 ㎾h당 120원인데 판매 단가가 60원에 그치는 것으로 계산됐다”고 설명했다. 원가와 판매가 차이가 두 배가량에 달해 원전을 돌릴수록 손실이 커진다는 논리다.

“가동 멈춘 채 비용만 따지는 건 모순” 지적도

한수원이 월성1호기 경제성을 따진 기간은 2015년 1월부터 3년간이다. 하지만 작년 5월부터 ‘정비·보수’ 명목으로 원전을 계속 세워놓은 뒤 “가동 중단 기간 전력을 생산하지 못해 비용만 들어갔다”고 주장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한수원은 2009년 1호기 이용률을 85%로 봤지만 이번엔 평균 57.7%로 확 낮춰 계산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57%대 이용률은 매우 비정상적인 수치”라고 말했다. 그는 “전력 판매 단가가 ㎾h당 50원을 밑돌 때도 원전의 경제성은 충분했다”며 “한수원이 경제성 분석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수원의 사외이사 중 한 명은 이런 이유로 월성1호기 조기 폐쇄를 끝까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이 월성1호기 조기 폐쇄에 따른 영향을 지나치게 낮춰 평가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 사장은 “월성1호기는 전력 생산량이 미미해 국가 전체의 수급 계획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다. 월성1호기는 연간 약 51억㎾h의 전력을 생산해왔다. 대구시 전체 인구가 1년간 사용하는 전력량의 35%에 해당한다.

전문가들 “전기료 인상 불가피”

산업통상자원부는 작년 12월 발표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22년까지 전기요금을 최대한 올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게 전문가들 예상이다. 원전을 바로 대체할 유일한 에너지원이 액화천연가스(LNG)인데, 국제 유가 상승과 맞물려 가격이 뛰고 있어서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전을 한 기 멈춘 뒤 LNG발전으로 대체하면 한전이 하루에 11억원씩 손해 보는 구조”라며 “지금의 발전 원가를 토대로 계산해보면 탈원전 정책에 따라 전기요금이 세 배가량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산업부 관계자도 “당분간 전기요금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던 건 국제 유가가 변동하지 않는 걸 전제로 한 얘기”라며 “요즘처럼 유가가 뛰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업계에선 정부가 저항이 비교적 작은 산업용 전기요금부터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용은 누진제를 손봐 전력 다소비 가구의 부담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 NIE 포인트

세계 주요 국가들이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거꾸로 탈(脫)원전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탈원전 정책의 배경과 이로 인한 에너지 부족을 이른바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할 수 있을지 토론해보자. 원전의 장점과 단점을 정리해보자.

조재길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road@hankyung.com

- 염색되는 샴푸, 대나무수 화장품 뜬다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