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454.48

  • 1.43
  • 0.06%
코스닥

675.84

  • 2.35
  • 0.35%
1/3

[김정호 칼럼] 脫원전, 브레이크 없는 폭주 걱정된다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정책 실험 1년에
전기료 인상 압력 커지고
수급 전망 오류 확인돼

원전이 만능 아니듯
탈원전도 정답일 수 없어

모든 전문가들 참여하는
국가 에너지大計
다시 만들어야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 커지는 모양이다. 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들의 경영실적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서다. 한전만 해도 지난해 4분기 1294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고 지난 1분기에도 1276억원의 적자를 봤다. 한전 적자가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이 빚은 결과라는 점에서 걱정이 앞선다.

정부는 이런저런 이유를 댄다. 연료비가 오른 데다 안전 차원에서 예방정비에 들어간 원전 탓이라고 말이다. 원전을 점검하다 보니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가 더 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 얘기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24기 원전 가운데 멈춰 있는 원전은 8기다. 2기의 원전은 멈춘 지 이미 1년이 넘었다. 전체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원전 비중은 2016년 29%에서 지난 1분기에 18%로 떨어졌다. 예방정비라는 정부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다. 가장 싼 기저발전을 의도적으로 멈추고 비싼 원료로 전기를 만들다 보니 한전의 적자가 쌓인다. 결국 탈원전 정책 탓이다.

2022년까지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던 정부다. 그러던 정부가 심야전기요금 체계를 바꿔 사실상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한다고 한다. 부담은 결국 국민 몫이다.

정부도 8기 원전의 가동을 정지하면서 이런 결과가 나올지 몰랐을까. 문제는 수요 예측 오류에서 시작됐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탈원전’이라는 답을 제시했다. 그 답에 접근하려면 누구든 수요 증가 전망부터 보수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이라는 것이 있다. 향후 15년간 전력 정책의 기본 방향과 내용을 담는데, 2년마다 수정된다. 정부는 작년 말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했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공약이 반영돼 과거 계획과는 180도 다른 계획이다. 탈원전 로드맵이다.

하지만 그 계획이 엉터리라는 게 증명되는 데는 고작 한 달이 걸렸을 뿐이다. 수요 예측 오류다. 그것도 작은 오류가 아니다. 지난 2월 초에는 전력 수요가 88.2GW에 달해 최대 수요 전망치 85.2GW를 3.0GW나 초과했으니 말이다. 벌써 전망이 10여 차례나 틀리면서 3000여 개 기업은 수시로 한전으로부터 ‘급전(전력 수요 감축)’ 통보를 받아야 했다. 생산 차질은 물론이다. 3차 계획을 신뢰할 수 없는 이유다. 만에 하나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계획대로 밀어붙여 원전의 재가동이 불가능해진 시점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해보자.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다.

정부는 탈원전을 위해 전력 수요를 낮게 예측해 놓고 급전 요청만 남발하고 있다는 비난에도 전력 계획 수정은 결코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문재인 정부 핵심 정책의 하나다. 당연히 물러서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탈레반식 사고’는 곤란하다. 고칠 건 서둘러 고치는 것이 옳다. 정치인들은 어쩔 수 없다고 하자. 아무리 영혼이 없는 존재라지만 전문 관료들이 이처럼 중요한 국가 대계에 눈만 굴리고 있어서는 곤란하다.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도 그런 경우가 아니겠는가.

올가을에는 3차 에너지기본계획이 확정된다. 최상위 국가에너지 정책 틀이다. 2040년까지의 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에너지 정책 비전을 수립하는 일이다. 문제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참여해 엉터리 수요 예측을 내놓았던 사람들이 이번 에너지기본계획 작성에도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의 전력 수요 예측이 달라질 리 없다. 결과는 뻔할 것이다. 게다가 탈원전을 반대하는 전문가들을 찾아볼 수 없고 탈원전 운동가들만이 대거 포함돼 있다. 그 계획을 누가 신뢰하겠는가.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지자 국민의 불안감을 잠재우겠다며 무작정 ‘원전 제로’ 정책을 선언했다. 전력 부족은 물론이고 전기요금이 3년 만에 25% 올랐다. 아베 정부가 2014년 원전 제로 정책을 폐기하고서야 전력 부족 현상이 해소되면서 전기요금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일본처럼 되돌릴 수 있을 때 되돌리는 것이 좋다. 일본도 원전만을 고집하겠다는 게 아니다. 탈원전과 같은 정치적인 논쟁 대신 모든 에너지원을 가장 적합하게 조합해내는 방법이 에너지 정책의 근간이어야 한다. 원전만이 해결책이라는 게 아니다. 탈원전만이 정답일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정책을 고집으로 펴서는 곤란하다. 탈원전 정책이 가져올 수 있는 문제점을 다시 검토해보자. 모든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에너지 대계(大計)를 작성해주기 바란다.

- 염색되는 샴푸, 대나무수 화장품 뜬다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