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미·북, 북·중 정상회담 등 잇단 대화 분위기에 편승해 곳곳에서 대북(對北)제재 완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러다간 ‘선(先)비핵화’ 원칙이 어그러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내놓은 ‘신(新)북방정책’에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 접경지역에 경제특구 건설, ‘남~북~러’ 철도 연결 등 대북 경협 구상이 망라돼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6·13 선거’ 때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23개 대북사업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이런 구상들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해제가 전제돼야 가능한 일이다. 물론 정부와 여당은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따라 추진하겠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핵 폐기를 위한 로드맵조차 내놓지 않은 마당에 ‘보상’ 성격의 경협 카드부터 미리 꺼내는 것은 제재 공조에 균열만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김칫국’만 마실 뿐 비용은 얼마나 들고, 누가 어떻게 부담할지에 대해 말하는 사람도 없다.
특히 경계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변수는 중국이다. 북한 김정은이 어제 두 달 반 만에 세 번째로 중국을 방문한 것은 심상찮은 대목이다. 중국을 지렛대 삼아 제재 고삐를 느슨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김정은이 중국에 제재 완화를 요청했다는 보도들도 잇따른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달 북·중 정상 간 ‘다롄 회담’ 이후 중국의 대북제재 완화 징후들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북한 단체관광 확대, 대북 원유공급 증가, 북한 노동자 비자 연장 등 하나같이 유엔의 대북제재 위반 소지가 큰 것들이다.
그런 중국을 견제해야 할 미국이 미세한 변화를 보이고 있는 점도 우려스럽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작업이 20%가 달성되면 대북 제재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완전 비핵화가 아니라, 비핵화 이행단계에 따라 보상을 해달라는 북한의 ‘행동 대 행동’ 주장이 먹혀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북한을 대화에 나서게 한 원동력은 무엇보다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압박과 제재였다. 북한 비핵화는 가시화된 것이 하나도 없는데도 잇단 경협 추진이나 제재 완화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우리 정부부터 중심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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