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11조3000억 급증
은행, 개인사업자 집중 공략
"가산금리 산정 체계 불합리"
윤석헌 금감원장 개선 지시
[ 박신영 기자 ] 가계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와 은행들의 적극적인 영업으로 지난 5월 말 개인사업자(자영업자)대출이 사상 처음으로 300조원을 돌파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금리 상승기에 은행들이 자영업을 포함한 영세기업에 가산금리 산정 기준을 적절하게 적용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지시했다.
한국은행은 12일 발표한 ‘2018년 5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서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이 5월 말 기준 300조2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개인사업자 대출이 300조원을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증가 속도도 빠르다. 올해 1~5월 개인사업자대출 증가액은 11조3000억원으로 2008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같은 기간 기준으로 가장 많았다.
개인사업자대출이 이처럼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것은 가계대출 규제와 은행들의 영업 강화가 겹쳤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주택담보대출을 추가로 받기 힘들어진 자영업자들이 사업자 명의로 돈을 빌리고 있어서다. 은행들도 가계대출 규제로 신규 영업이 어려워지자 개인사업자, 중소기업대출을 돌파구로 삼아 이들을 집중 공략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호황이 아직 꺾이지 않은 상황이어서 임대업자들의 개인사업자대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사업자대출이 급증하는 가운데 금감원은 가산금리를 중심으로 대출금리 산정 체계의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대출을 받은 취약계층과 영세 기업이 금리 상승기에 높은 대출금리를 감당하지 못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윤 원장은 이날 은행 금리 산정 체계 점검 결과를 보고받고 “금리 산정 과정에 합리성이 결여돼 있다면 이를 개선해 금융소비자가 불합리하게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금감원은 지난 2월부터 은행의 금리 산정 체계 적정성을 점검한 결과 가산금리나 목표이익률 산정이 체계적·합리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전체 대출금리도 낮아져야 하는데 은행들이 마진율을 더 높이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감원 측은 가산금리가 떨어질 요인이 생겼는데도 은행들이 계속해서 가산금리를 일정 수준으로 고정시켰다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인건비나 점포 운영비가 적게 들어가는 인터넷·모바일대출 증가는 가산금리를 내릴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일부 은행에서는 은행 내규상 부과할 수 있는 최고 금리를 적용하거나 대출받는 이들의 소득을 적게 입력해 가산금리를 필요 이상으로 높게 적용한 사례도 적발됐다. 윤 원장은 “금융소비자가 은행 금리 산출 내역을 더욱 정확히 알 수 있도록 정보 제공과 금리 공시 등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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