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은 내리고 서비스는 쑥
SKT-무약정 고객도 포인트
月 최대 9000점 현금처럼 사용
KT-4만원대 무제한 요금 인기
해외로밍 요금제도 초 단위로
LG유플러스-月 8만8000원에
속도·용량 걱정 없이 데이터 이용
[ 이정호 기자 ]
국내 통신 3사의 요금·서비스 경쟁이 치열하다. 데이터 제공량은 늘리고 단위 가격은 낮춘 새 데이터·로밍 요금제를 잇따라 선보이며 타사 가입자들의 번호 이동을 유도하고 있다.
지난 2월 이동통신시장 3위인 LG유플러스가 데이터 전송 속도와 기본 제공량 제한을 푼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으며 시장을 흔든 것을 시작으로 SK텔레콤과 KT 등 경쟁사가 잇따라 요금제 개편에 가세하고 있다. 통신사 간 요금·서비스 경쟁은 포화상태에 달한 이동통신 시장의 가입자를 서로 뺏고, 지키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요금경쟁 방아쇠 당긴 LGU+
올 들어 본격화한 3사 요금 경쟁의 방아쇠는 LG유플러스가 당겼다. 지난 1월 3사 가운데 처음으로 선택약정(요금) 할인 반환금을 유예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2월에는 국내 처음으로 속도 제한 없이 LTE(4세대 이동통신) 데이터를 무제한 쓸 수 있는 ‘속도·용량 걱정 없는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했다.
이 요금제를 이용하면 월정액 8만8000원에 별도의 기본 데이터 제공량이나 속도 제한 없이 LTE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
통신업계는 그동안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서 하루 기본 데이터 제공량을 모두 쓰면 이후 속도를 초당 최고 3메가비트(Mbps) 안팎으로 제한해 왔다.
지난달 28일에는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37개국에서 하루 1만3200원에 모바일 데이터와 테더링(데이터 나눠쓰기)을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로밍 요금제도 선보였다.
약정·멤버십 대폭 손질한 SKT
SK텔레콤은 지난 3월 국내 처음으로 무약정 고객에게도 요금이나 단말대금 납부에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주기로 결정했다. SK텔레콤은 약정을 맺지 않은 가입자에게도 요금제에 따라 월 3000~9000점의 포인트를 지급한다. 적립된 포인트는 요금 또는 단말 할부원금(최대 5만원) 납부에 사용할 수 있다. 포인트 유효기간은 적립 후 36개월이다.
멤버십 등급별 연간 할인한도를 없애고, 사용처도 다양하게 확대했다. 약정, 멤버십 손질에 이어 이르면 이달 중 요금제도 개편할 방침이다. 이 같은 변화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강조하고 있는 고객가치 혁신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박 사장은 지난 2월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8’ 기자간담회에서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지 않았는데도 일부 발생하는 이른바 ‘낙전 수입’은 과감히 걷어내 고객에게 돌려줄 것”이라며 “약정, 요금제, 로밍 서비스 등을 순차적으로 손질할 것”이라고 말했다.
4만원대 무제한 요금 선보인 KT
KT는 지난달 30일 신규 LTE 요금제와 해외로밍 요금 개편안을 발표했다. 2015년 ‘데이터 선택요금제’를 출시한 뒤 3년 만에 새로 선보인 LTE 요금제는 데이터 차단 없는 ‘데이터온(ON) 요금제’ 3종과 저가 요금제 이용자를 위한 ‘LTE베이직’ 1종이다.
데이터온 요금제는 기존 9개로 나뉜 요금제 구간을 3개로 단순화하고, 모두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데이터온 3종 요금제는 데이터 속도·용량에 제한이 없는 ‘프리미엄’(부가세 포함 8만9000원)과 일정량의 데이터 소진 후 속도를 제어하는 조건으로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비디오’(100GB 기본 제공, 6만9000원), ‘톡’(3GB 기본 제공, 4만9000원)으로 구성됐다.
25% 선택약정(요금) 할인을 받으면 월 요금은 각각 6만6750원(프리미엄), 5만1750원(비디오), 3만6750원(톡)으로 낮아진다. LTE베이직 요금제는 월 3만3000원(선택약정 시 2만4750원)에 유·무선 음성통화 및 문자를 기본 제공하는 것은 물론 매월 1GB의 데이터를 제공한다. 해외로밍 요금제도 개편했다. 과금 단위를 분에서 초로 바꾸고, 미국·중국·일본 로밍요금을 국내 표준 요금제 수준(초당 1.98원)으로 인하했다.
“경쟁에서 통신비 인하 해법 찾아야”
업계에선 통신 3사의 자율 경쟁으로 이동통신 요금 가격이 내려가면서 정부가 연내 도입을 목표로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가 유명무실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가 법제화 절차를 밟고 있는 보편요금제는 음성 200분, 데이터 1GB 혜택을 월 2만원 요금에 주는 게 핵심이다. KT가 새로 내놓은 LTE베이직 요금제는 음성통화 부문에서 보편요금제 혜택을 뛰어넘는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3사 요금 경쟁은) 건강한 시장 기능이 작동한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국민의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정부가 준비 중인 보편요금제는 별도로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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