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는 글을 공유하며 함께 생각해보는 [와글와글]. 오늘은 집에서 모인 친구들이 아이가 준 돈 때문에 설전을 벌이게 됐다는 A씨의 이야기다. 누군가에는 고민할 가치가 없다고 느껴지는 소수의 사연들이 사실은 내 가족이나 친구가 겪고 있는 현실 일지 모른다. 다양한 일상 속 천태만상을 통해 우리 이웃들의 오늘을 들여다보자.
15개월 아이를 둔 A씨는 "아이가 돈 준다고 가져가는 게 정상인가?"라는 제목의 글로 친구의 만행을 고발했다.
어느날 A씨 집에 친구 4명이 놀러 왔다.
A씨 아이는 최근 한창 호기심이 많아져서 서랍을 열어보거나 엄마 가방을 열어보고 내용물을 꺼내는 행동 등을 하던 차였다.
문제의 그날도 A씨가 친구들과 차를 마시며 놀고 있는데 아이는 A씨 지갑을 가져와 안에 있던 돈을 꺼내 친구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웃으면서 '고마워~'하며 챙기는 척 하고 다시 지갑에 넣어놓는 등 아이 행동에 맞장구를 쳐 줬다.
A씨는 계속되는 아이 장난을 말리기 위해 지갑을 한 쪽에 치워뒀는데 친구들이 돌아간 후 지갑을 보고는 5만 원권 3장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혹시 어디 흘렸나 온 집안을 찾아봤지만 온데간데없자 친구들과의 단체 채팅방에 '돈 혹시 딴 데 둔 친구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친구 중 B씨가 "내가 가져왔는데 왜?"라고 답했다.
A씨는 살짝 당황했지만 "다음에 만날 때 줘"라고 말했다. 그러자 돌아온 B의 대답. "내가 왜?."
B씨의 주장은 이랬다. "돈도 많던데 뭐. 네가 아이한테 '이모 줘'라고 하지 않았어? 아이가 줘서 가져온 것이고 갖지 말아야 하는 것이었으면 그 상황에서 바로 말했어야지."
이들의 대화를 옆에서 보던 친구들도 난리가 났다.
"그걸 네가 왜 챙겨?"
"모임비에서 당장 15만 원 A 통장으로 보내."
"정말 황당하다. 남은 회비 B 명의 통장으로 이체해 줄 테니 앞으로 모임에서 보지 말자."
그러나 B씨는 "그건 모임 공금인데 왜 마음대로 A에게 보내느냐. 왜 나를 왕따시키는지 모르겠다"고 노발대발했다.
B씨는 이어 A씨에게 개인적으로 메시지를 보내서 "네가 줘 놓고 이러는 경우가 어디 있어? 네가 아이한테 주지 말라고 했으면 내가 가져왔겠어? 단체 대화방에 너 잘못이라고 빨리 말해"라고 다그쳤다.
A씨는 "아이가 준 돈을 가져가는 게 정상이냐"면서 "안 만날 때 안 만나더라도 잘잘못은 알려주고 싶다"고 네티즌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네티즌들은 "아이가 집 문서 줬으면 '다들 나가줘 내 집이야' 이랬겠다. 이런 황당한 일은 처음 본다", "다른 친구들은 왜 안 가져가고 다시 집어넣었을까. 세상에 별 미친X 다 있다", "미성년자는 행위능력이 없다. 15만 원에 친구 4명 날리는 것도 참 대단한 능력이다", "다른 친구들은 멋지다. 모임 회비에서 주고 탈퇴 시킨다니. 안 돌려주면 꼭 그렇게 하길", "그 친구 어디가 좀 모자란 거 아닌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면 B씨가 A씨에게 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아이한테 받은 돈을 돌려주지 않는다고 범죄가 성립되는 것일까.
조기현 중앙헌법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두 살 아이가 친구한테 준 돈은 '줬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A씨 아이는 애초에 의사능력 · 행위능력이 전혀 없는 유아로서 '증여'라는 법률행위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것.
조 변호사는 "아이가 엄마 지갑에서 빼서 친구들에게 돈을 줬더라도 당연히 그 돈은 아이 엄마의 것이다"라면서 "돈을 받은 친구들의 경우 '돈을 돌려줘야 되는 의무'는 있지만, 그 의무는 민법상 의무로서, 돌려주지 않는다고 처벌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이 엄마는 친구들이 돌려주지 않을 경우 민사소송을 통해서라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만약 친구가 돌려주지 않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 돈을 다른데 써버린다면 횡령죄가 성립되어 처벌받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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