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격전지를 가다 - 인천시장
고교·행시 1년 선후배 사이
친노-친박 출신 대결로도 관심
"힘 있는 여당 후보가 돼야"
vs
"인천 부채 갚은 劉후보가 낫다"
[ 박재원/노유정 기자 ]
인천시장을 두고 맞붙은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유정복 자유한국당 후보는 ‘닮은 듯 다른’ 경력이 있다. 두 사람은 인천의 명문인 제물포고 1년 선후배 사이다. 행정고시는 고등학교 1년 선배인 유 후보가 23회, 박 후보가 24회다. 하지만 정치적으론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다. 박 후보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인사수석 등을 지내며 노 전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했다. 유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 대표를 하던 시절 비서실장을 맡았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유 후보는 ‘박근혜 마케팅’으로 효과를 봤다. 이번엔 박 후보가 ‘친문(친문재인)’ 마케팅을 활용한 선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힘 있는 여당 시장’론 내세운 박남춘
“지난 선거에서 유정복 시장을 찍었는데 이번에도 무조건 1번입니다. 인천시장은 힘 있는 여당이 돼야죠.”
인천 인하대 후문 앞에서 푸드 트럭을 운영하는 임선영 씨(62)는 8일 선거 유세 중인 박 후보를 가리키며 “친한 선배가 출마한 동네 구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민주당을 찍겠다”며 이처럼 말했다. 이날 중구 송월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사전투표를 마친 박 후보는 인하대 앞에서 막판 유세에 열을 올렸다. 그는 “지지율 격차가 크다고 방심하지 않고 막판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며 지나가는 대학생들의 손을 맞잡았다. 학생들은 “박남춘 파이팅”을 외치며 호응했다.
‘남북 평화 시대를 여는 평화 중심 도시 인천’을 1호 공약으로 내건 박 후보는 강화, 옹진 등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인천 서부 접경지역 공략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박 후보는 “인천에서 가장 보수적인 강화에서도 과거와 달리 반겨주는 게 느껴진다”며 “남북한이 평화로 가는 길에 인천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문’ 마케팅과 남북 해빙 분위기를 등에 업은 박 후보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현 시장인 유 후보를 20%포인트 가까이 앞섰다.
◆‘검증받은 후보’ 외치는 유정복
지난 7일 인천 서구 정서진중앙시장 유세에서 유 후보는 “현역 시장으로 인천시 부채를 줄였고 복지예산은 특별시와 광역시 중 가장 많이 늘렸다”며 실력있는 후보임을 강조했다. 인천 시민들도 시장 시절 빚 3조7000억원을 갚은 유 후보의 시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유 후보는 시장 재임 동안 ‘부채 도시’로 전락한 인천을 정상 도시로 탈바꿈시켰다.
정서진중앙시장에서 만난 지순성 씨(71)는 “인천시가 빚더미에 앉아 망하는 줄 알았다”며 “빚 갚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유 후보가 잘했다”고 평가했다. 이곳에서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 씨(61)는 “공을 쌓기 위해 무리한 사업을 추진하지 않은 점이 좋다”며 “인천 시민들에게는 일을 벌이는 것보다 있는 일이나 해결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유 후보의 발목을 잡는 것은 낮은 당 지지도다. 유 후보는 이날 한국당의 당색인 빨간색이 아니라 흰색 옷을 입고 유세에 나섰다. 경쟁 후보에 크게 못 미치는 지지율에는 한국당에 대한 반감이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이다. 인천 서구 주민인 김수빈 씨(25)는 “텔레비전 토론회나 뉴스에 나오는 한국당의 막말을 보면 뽑기 꺼려진다”고 했다. 선거캠프 관계자는 “시정을 맡을 시장을 뽑는 만큼 당보다 인물에 집중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 후보의 대표 공약은 ‘경인철도 지하화’다. 지상철도인 경인선을 지하로 다니게 하고 철도가 지나는 땅에 주택과 공원, 문화시설 등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유 후보는 기자와 만나 “현역 시장 때 기술적·재무적 검토를 끝냈다”며 “상대 후보가 가능하지 않다고 하는데 엉터리 주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론조사에서 크게 뒤진다는 지적에 그는 “시민들이 당보다 후보에게 집중하면서 바닥 민심이 변하는 것을 느낀다”며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인천=박재원/노유정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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