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 근로시간 단축 앞둔 고속버스 기사들의 하소연
추가 근무수당 확 줄고
내년엔 퇴직금까지 영향
누가 버스기사 하려 하겠나
20년차 기사들 벌써 줄퇴직
10년 뒤엔 외국인 안 데려오면
고속버스 기사 남아나지 않을 것
사측 "인력난·경영난 겹쳐
자칫하면 도미노 파산 우려"
[ 고윤상 기자 ]
“정부가 괜히 간섭해서 저와 제 가족의 삶만 팍팍해지는 거 아닙니까.”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근로시간 감축의 부작용으로 대란이 우려되고 있는 노선버스회사에 종사하는 운전기사들은 냉소를 감추지 않았다. 그럴듯해 보이는 정책으로 정부가 생색을 내고 있지만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행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저녁이 있는 삶’을 돌려주겠다는 선의로 내놓은 정책이겠지만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라는 역효과를 부를 것이란 걱정이 팽배했다.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방침에 따라 노선버스 기사들은 다음달부터 1년 동안은 주 68시간, 내년 7월부터는 주 52시간으로 근로시간이 제한된다.
“월급 40% 줄어 생계 걱정 태산”
운행 감소에 노선을 정하지 못해 7월 이후 표 예매를 받지 못하고 있는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만난 버스 기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생계 걱정을 늘어놓았다. 그동안 초과근무수당으로 가족을 부양했는데 줄어드는 수입을 어디서 메워야 하느냐고 했다.
고속버스 기사 장모씨는 “당장 근로시간이 줄면 최소 월 50만원이 빠지는데 너무나 큰돈”이라며 “투잡을 뛸 수도 없고 다른 일을 찾아보기도 어려워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12년차 기사 A씨는 “가만히 두면 알아서 돌아가는 건데 문재인 정부가 괜한 간섭을 하니까 오히려 삶이 빡빡해지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속버스 기사의 업무 패턴은 기본적으로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식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을 한 번 했다면 그다음날은 쉰다. 한번 근무시간은 휴식시간을 포함해 12시간이 넘는 게 일반적이다.
회사마다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한 달에 평균 16일 근무가 기본이다. 기사들은 근무일을 ‘개’로 표현한다. 대부분의 기사는 추가 근무를 통해 월 20~21개, 많게는 24~25개 근무를 한다. 2일 또는 3일씩 일하고 하루 쉬는 식이다.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주 68시간 근무 제한을 지키려면 한 달 272시간 이내로 근무해야 한다. ‘1개 근무’가 12시간이라면 기사 한 명이 최대 22개를 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올해 7월부터 23개 이상 뛰는 기사들은 일을 더 할 수 없다. 강원도 노선은 24개 이상 뛰는 기사가 많아 비상이라는 게 현장의 얘기다.
“퇴직금이라도 챙기려면 서둘러 이직해야”
내년 7월 이후로는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17개만 뛰어도 근로시간 제한을 넘긴다. 평균 22개 뛰던 기사들이 평균 17개를 뛰어야 하는 것이다. 차이인 5개는 인력을 추가로 뽑아 메워야 한다.
추가근무수당은 기본 수당의 1.5배다. 기본이 16개인 기사가 22개를 뛰었다면 100만원 내외의 추가 수당이 붙는다고 한다. 24개씩 뛴다면 추가 수당은 훨씬 늘어난다. 8년차인 한 기사는 “추가근무수당이 월급의 40%씩 되는 사람도 있다”며 “기본급을 올리는 수준으로는 해소할 수 없는 차이”라고 설명했다.
2~3년 뒤 퇴직을 앞둔 버스 기사들은 퇴직 전 3개월 급여를 기준으로 하는 퇴직금을 더 받기 위해 조기퇴직까지 선택하고 있다. 회사마다 조기퇴직하는 기사가 줄을 이어 인력난이 더 심해진다는 게 버스회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퇴직을 고민 중이라는 17년차 기사 김모씨는 “이 일을 시작하면서 근로시간 긴 거 모르고 시작하는 사람이 있느냐”며 “힘들어도 가족들 먹여살리려고 하는 일인데 더 일하지 말라는 게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역정을 냈다. 15년차 박모 기사는 “10년 뒤면 외국인 근로자가 아니고서야 고속버스 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는 대란 없을 것이라지만…
국토교통부는 7일 근로시간 조정으로 노선이 줄어드는 등의 대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한 고속버스회사 관계자는 “주 68시간 근무를 지키려면 일부 노선은 어쩔 수 없이 감축해야 하고 주 52시간을 맞추려면 대폭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근로감독을 안 할 테니 일단 알음알음 운영하라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반박했다. 근로 기준을 엄격히 지키면서 현행 노선을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회사가 기본급을 올려 기사 수입을 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부족한 인력을 추가 채용해야 하는 회사로서는 기본급 인상으로 인한 경영난을 견디기 쉽지 않다. 자칫하면 ‘도미노 파산’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이야기다.
한 고속버스회사 관계자는 “인력난과 경영난이 겹치면서 작은 회사들이 망하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며 “그렇다고 요금을 올리면 기차와의 수송 경쟁에서 밀려날 것”이라고 토로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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