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의 두분기 연속 적자 등 전력 공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연료비 상승과 안전점검을 위한 일시적 원전 가동 중단 때문이라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탈(脫)원전 정책의 영향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한다. 값이 싼 원전 대신 비싼 천연가스, 신재생에너지 발전 등을 늘린 탓이라는 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6년까지 80~90%를 유지하던 원전 가동률이 지난해 71.3%로 낮아진 데 이어 올해 1~4월엔 평균 56.6%로 추락했다. 고리원자력 1호기를 가동한 197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아무리 안전점검이라지만 정부가 여러 원전을 한꺼번에 세운 건 유례없는 일이다. 무리한 ‘탈원전’을 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전력 공기업들은 “전기료를 올리지 않으면서도 비용이 많이 드는 친환경에너지로 전환하라는 게 정부 방침”이라며 “탈원전 비용을 공기업이 떠안을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답답함을 토로한다. 공기업이 적자 수렁에 빠져 버틸 수 없는 지경으로 내몰리면 그 비용은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정부가 탈원전을 ‘에너지 전환정책’이란 이름으로 포장을 바꿨지만 해결해야 할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20% 달성’이라는 목표에 소요되는 비용을 누가, 언제, 어떻게 부담할 것이냐다. 값비싼 가스·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추가 비용이 많게는 20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추정까지 나오는 마당에 정부가 “전기료 인상은 없다”는 말만 하는 건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것은 전기요금 인상 우려만이 아니다. 전력 공급 불안정성, 에너지 자급률 축소에 따른 에너지 안보 취약성, 원자력 발전 감소에 따른 이산화탄소 및 미세먼지 증가 가능성, 재생에너지에 지급하는 보조금 부담 등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정직한 정부라면 이런 문제에 침묵으로 일관해선 안 된다. 지금이라도 국민이 알 수 있게 공개적인 논의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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