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씽크·원앙씽크 등 '40년 전쟁'
경쟁력 확보로 中 낄 틈도 없어
유럽·중동서 인기인 韓 싱크볼
해외 명품시장 공략은 '숙제'
[ 이우상 기자 ] 1970년 정부는 ‘남서울계획(강남 개발)’을 발표했다. 한국에 본격적으로 아파트가 건설된 계기였다. 아파트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싱크대의 싱크볼 제조업체도 속속 등장했다. 가장 먼저 사업을 시작한 오리표씽크(에넥스)와 백조씽크, 원앙씽크(천일)가 공식적으로 제품을 내놓기 시작한 것은 1972년이었다. 이후 3사는 수십 년간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이 경쟁은 싱크볼산업의 높은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싱크볼시장에서 지금도 중국산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다. 국내 업체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40년간의 경쟁이 만들어 낸 경쟁력
“아무리 싸게 짓는 소형 임대주택이라도 중국산 싱크볼은 쓰지 않는다. 한국산이 중국산보다 품질이 좋으면서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국내 싱크볼업계 관계자들은 다들 이렇게 말한다. 그만큼 국산 경쟁력이 높기 때문이다. 품질뿐만이 아니다. 국산은 중국산보다 개당 5~10달러 정도 싸다. 이 차이는 개당 가격이 20~30달러인 저가 시장은 물론 50달러가 넘는 고가 시장에서도 계속 유지되고 있다. 한국산 싱크볼은 유럽·중동 등 해외 시장에서 꾸준히 팔리고 있다.
경쟁이 만들어 낸 경쟁력이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는 오리표, 백조, 원앙 3사가 경쟁했다. 1990년대 중반 오리표가 에넥스로 이름을 바꾼 뒤 싱크볼 시장에서 한발 물러나자 리빙키친이 등장했다. 지금도 3사가 700억원으로 추정되는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높은 가격을 쳐주지 않는 국내 건설사들의 ‘단가 압박’도 이들을 강하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업체들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력을 확보했다. 프레스 기술이 대표적이다. 국내 업체는 1970년대 들여온 일본식 제조 방식을 한국식으로 발전시켰다. 일본은 열처리와 연마 공정 없이 철판을 사이에 두고 고압력으로 스테인리스스틸을 찍는 프레스 방식으로 싱크볼을 제조했다.
이종욱 백조씽크 대표는 “국내 상위 업체는 모두 프레스기술만으로 고품질 싱크볼을 생산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비해 중국 업체들은 싱크볼을 찍은 뒤 열처리를 통해 표면을 가공하는 공정을 거친다. 싱크볼을 열처리하면 변색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불량률이 높아진다.
◆명품화하는 게 숙제
국내 시장에서 쌓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싱크볼업체들은 해외로 나가고 있다. 수출 규모는 유럽과 중동을 중심으로 연 1000만달러 정도다. 백조씽크가 지난해 해외로 나간 물량 중 40%를 제조했다. 중국산과 비교하면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모두 높고, 일본산보다는 가격이 훨씬 싼 게 장점이다.
한계도 있다. 이탈리아 등 해외 명품 브랜드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진다. 작년 1월 백조씽크가 한 실험에서 이런 점이 드러났다. 독일 쾰른 가구인테리어전시회의 한 이탈리아 업체 부스에서 백조씽크가 디자인한 제품을 선보였다. 백조씽크가 설계와 디자인을 맡고 생산은 이탈리아 업체가 했다. 제품에는 ‘메이드 인 이탈리아’를 박아 넣었다. 이 싱크대는 전시회 기간 내내 해당 업체 부스에서 최고 인기를 끌었다.
디자인 경쟁력을 강화하고, 장기간 투자를 통해 명품 이미지를 심어줘야 고급 싱크볼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는 국내 고급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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