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떠나 해외로 향하는 ICO
자본·인력·기술 유출 폐해 심각
안전장치 정비한 뒤 허용해야
김진우 <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 >
필자는 2년 전 암호화폐거래소 관련 법률자문을 한 뒤 암호화폐공개(ICO) 백서 검토 등의 업무를 꾸준히 처리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국내 ICO 허용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의 자본, 인력, 기술, 조세재원 등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29일 “ICO를 금지한다”고 발표했지만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나 입법 조치가 없었다. 어디까지 무엇이 허용되고 금지되는지에 대한 기준이 없으니 시장에서도 답답해하고 있다. 모든 문제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이 때문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지닌 수많은 기업과 사람들이 거듭 해외로 눈을 돌려 떠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적법과 위법을 예측하고 구별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국내에는 ICO에 대한 금지 입법이 없기 때문에 명시적으로 국내 ICO가 불법이라고 볼 수 없다. 특히 해외 ICO를 추진하는 수많은 기업과 개인들 행위는 현실적으로 규제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는 작년부터 싱가포르, 스위스, 지브롤터, 에스토니아를 비롯한 해외에서 ICO를 하려는 수요가 급증했다. 막대한 자본, 인력, 기술, 조세재원이 해외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단 해외에서 회사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인건비 등 여러 가지 명목으로 자본이 유출된다. 국내 ICO가 허용됐다면 국세청이 징수했을 금싸라기 같은 조세재원도 해외로 빠져나간다. 또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해외 진출 시 해외 로펌과 컨설팅회사에 막대한 자문비용도 내야 한다. 일부 회사들은 해외 ICO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우리나라 인력을 해외에 상주시키기도 하는데, 이 자체가 인력 유출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기술 유출이다. 필자는 수차례 해외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의 ICO 백서를 검토했는데, 이 과정에서 국내 기업과 개인들의 소중한 영업비밀이자 블록체인에 대한 노하우가 고스란히 영어 및 다른 나라 언어로 번역돼 해외 정부와 규제기관에 제공되는 것을 지켜봤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블록체인이 각광받는 상황에서 이를 선도할 능력이 있는 훌륭한 국가다. 정부는 지난해 비트코인 등의 투자 열풍이 불던 상황에서 잠정적으로 금지 방침을 공표해 일단 암호화폐 투자 열풍을 잠재우는 데는 성공했다. 정부가 이제는 순기능을 바라보고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정부가 혼자 너무 많은 짐을 짊어질 필요 없이 민간 전문가들과 소통하고 협업해 투자자 보호 및 기존 증권시장의 교란 방지를 위한 안전 장치들을 충분히 마련하고 ICO를 허용하면 될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해외로 유출되는 막대한 자본, 인력, 기술, 조세재원 등을 모두 국내에서 활용할 수 있고 이는 국내 경기와 조세재원 확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ICO는 우리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도 있다. 현 정부가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일자리 부족 해소’에도 적지 않은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예컨대 ICO 관련 신설법인에서 대한민국 국적자 및 거주자를 고용할 것을 강행규정으로 입법하면 되기 때문이다. 해외의 ICO 수요가 한국으로 몰릴 수도 있다.
현재는 국내 ICO 허용 여부가 결론도 없이 방치되는 상황이다. 정부가 전향적으로 결단을 내리면 이를 위해 조력할 민간 전문가는 많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혜안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