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화단에 줄잇는 해외 미술가 전시회
세계 미술시장 활기 이어지자
미술관·화랑, 외국작가 유치전
샤갈, 8월19일까지 238점 소개
성곡선 '독일 디자인 100년'展
로니 혼 국제갤러리 개인전
알렉스 카츠 등 초대전도 눈길
[ 김경갑 기자 ]
‘색채의 마술사’ 마르크 샤갈부터 중국의 전방위 아티스트 한메이린, 미국 현대미술가 로니 혼까지.
미국 유럽 아시아 등지의 현대 미술가들이 여름 화단을 알록달록 수놓고 있다. 국제미술시장이 점차 활기를 띠자 외국 화가나 조각가의 작품을 국내에 소개하는 미술관과 화랑들의 경쟁이 뜨겁다. 애틋한 사랑과 희망을 묘사한 예쁜 그림을 비롯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초상화, 과학기술의 발달로 확산된 미디어아트, 산업디자인, 사진예술 등 장르도 다양하다.
◆샤갈의 사랑과 희망 미학
러시아 서쪽 벨라루스공화국 출신인 프랑스 화가 마르크 샤갈(1887~1985)의 작품전은 서울 역삼동 르메르디앙호텔의 M컨템포러리 아트센터에 마련됐다. 샤갈은 생전에 1·2차 세계대전과 러시아 혁명, 나치의 탄압 등으로 강제이주 혹은 피란길에 올라야 했다. 이런 연유로 잦은 망명 생활을 하면서도 그는 예술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며 화가의 꿈을 접지 않았다. ‘영혼의 정원’ 테마로 오는 8월18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살과 꽃, 꿈, 서커스 등을 초현실적으로 그린 걸작 238점이 걸렸다. 샤갈의 환상적인 작품이 지니는 미학적 탐구뿐만 아니라 아내 벨라 로젠펠트와의 사랑, 고향(벨라루스공화국 비텝스크)에 대한 기억을 세세하게 읽어낼 수 있다.
중국 전방위 아티스트 한메이린(82)의 초대전은 오는 6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서 개막한다. 중국 전통 서화를 비롯해 조각, 도예분야를 넘나들며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는 한메이린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마스코트 디자인을 총괄해 더욱 유명해졌다. 지난 4월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피에르 드 쿠베르탱 상을 받았다. 다음달 8일까지 이어지는 국내 첫 전시회의 주제는 ‘격정, 융화, 올림픽’. 한메이린이 평생 작업한 진귀한 그림과 희귀한 조각 작품, 글씨 등 250여 점을 펼쳐 보인다.
◆눈길 끄는 독일 산업디자인전
기업인들이 가볼 만한 산업디자인 전시회도 있다.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은 올해 111년을 맞은 독일디자인연맹 100년 여정을 보여주는 ‘독일 디자인 100년’전을 열고 있다. 독일디자인연맹은 1907년 뮌헨에서 미스 반 데어 로에, 페터 베렌스, 요제프 호프만 등 건축가와 디자이너 12명, 보쉬 등 12개 업체가 참가해 발족했다. 1960년대부터 산업화와 영리 추구가 환경에 미친 결과를 파고들며 현대 디자인산업의 기반을 구축했다. ‘올바른 디자인’을 추구한 독일디자인연맹의 디자인예술 숨결을 다룬 의자·유리식기는 물론 포스터, 드로잉, 건축모형, 신문·잡지, 다큐멘터리 필름 등 360점이 나와 있다. 산업과 예술을 접목한 디자인미학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다큐영화 제작자로 출발해 사진 비디오 퍼포먼스 등 장르를 넘나들며 작업하는 레바논 출신 사진작가 아크람 자타리(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8월19일까지), 미국 초상화의 대가 알렉스 카츠의 초대전(롯데뮤지엄, 7월23일까지), 멕시코 태생의 캐나다 미디어아티스트 라파엘 로자노헤머(아모레퍼시픽미술관, 8월26일까지) 등의 전시회도 눈여겨볼 만하다.
◆미국 로니 혼의 자서전적 풍경
탄탄한 화력을 보여주는 해외 작가들의 상업화랑 전시회도 놓칠 수 없다. 미국 출신 현대미술가 로니 혼(63)이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오는 30일까지 여는 ‘리멤버드 워즈(Remembered Words)’전이다.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혼은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을 졸업한 뒤 예일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70년대 중반부터 조각, 사진, 드로잉 영역을 넘나들며 자연과 현대인의 정체성에 기반을 두고 작업해 왔다. 이번 전시에는 수채 물감으로 그린 격자 패턴의 작은 동그라미 바로 아래 생각나는 대로 적은 글자를 나열한 자서전적 풍경화와 드로잉 등 15점을 걸었다.
미국의 신예 스타 작가 제이콥 카세이(34)는 오는 26일까지 서울 효자동 리안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펼친다. 카세이는 극도로 단순화된 형태의 회화 고유의 매체 특성을 넘어 조각적 특성을 수용함으로써 미국 미니멀리즘의 계보를 잇는 동시에 회화라는 매체가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노력해왔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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