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허심탄회하게 대화해보고 싶다”던 문재인 대통령이 돌연 입장을 바꿨다. 그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소득주도 성장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며 “소득주도 성장, 최저임금 증가의 효과를 충분히 자신 있게 설명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이보다 이틀 전인 지난달 29일 긴급 경제점검회의에서 “경제 정책의 점검과 반성”을 이야기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톤이다.
“소득주도 성장은 큰 문제 없는데 정부가 제대로 설명못해 부정적 평가가 나왔으니, 열심히 알리자”는 게 요지다. 소득주도 성장을 그대로 밀고 나가기로 한 것은 장하성 정책실장 등 청와대 참모들의 의견을 수용한 결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고용시장 내 근로자의 임금은 다 늘었다”며 “고령자 소득 감소, 영세 자영업자 등에 따른 문제는 검토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이것은 별개 문제”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이런 상황 인식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아르바이트 같은 단기적 노동 수요를 위축시킨다는 건 상식이다. 무엇보다 영세 자영업의 고용 감소는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이런 중요한 부작용은 ‘별개 문제’로 제쳐두고 최저임금 인상에도 일자리를 유지해 월급이 오른 근로자들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보고 싶은 것만 보겠다는 얘기다.
이런 식이면 내년도 최저임금 역시 대폭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양대 노총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대한 불만으로 최저임금위원회 불참을 선언한 상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년 해보고 속도 조절하겠다”고 했지만 노동계 압력까지 겹쳐 ‘속도 조절’이 안 될 수도 있다. 최저임금이 지난해 수준(16.4%)으로 오르면 시간당 8765원이 된다. 문 대통령이 “2020년까지 1만원으로 못 갈 수도 있다”고 했다지만 여기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경제는 ‘패닉’에 빠질지도 모른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긍정적 효과 90%”라는 발언에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지 숙고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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