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엔에이링크, 서울대 산학협력단과 계약
유전자 검사업체 디엔에이링크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제주 4·3사건 희생자의 유해를 유전자 감식을 통해 가족의 품으로 돌려줄 전망이다.
디엔에이링크는 이같은 내용의 계약을 서울대 산학협력단과 맺었다고 31일 공시했다. 앞서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제주4·3재단과 계약을 맺고 이 사건 희생자의 유전자 감식 업무를 위탁받았다. 디엔에이링크와 서울대 산학협력단 간의 계약금액은 약 8억원이다.
디엔에이링크는 자체 개발한 유전자 검사 장비인 ‘아큐아이디(AccuID)’를 활용할 예정이다. 아큐아이디는 두 사람 사이의 단일염기다형성(SNP·Single Nucleotide Phoymorphisms) 대조를 통해 친족 여부를 가려낼 수 있도록 한 장비다.
SNP 검사법을 통한 친족여부 판별은 현재 가장 널리 활용되고 있는 친족 판별 기술인 ‘단기염기서열반복(STR·Short Tandem Repeat)’ 검사법과 비교해 몇가지 장점이 있다. STR 검사법은 유해 보존 상태가 나쁘면 판별이 어려운데 SNP 검사법은 그런 상황에서도 높은 확률의 감식 신뢰도를 보인다. 또 STR 검사법은 친부모·친자식 관계만 판별이 가능한데 SNP 검사법은 넓게는 3촌 관계까지도 판별이 가능하다.
구체적으로는 이렇다. SNP는 일종의 DNA(유전자의 본체) 변이다. 지구상 생명체의 DNA는 유기화합물의 일종인 아데닌(A), 시토신(C), 구아닌(G), 티민(T) 등 4가지 염기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 염기가 어떻게 배열돼 있는가에 따라 종(種)과 개체별 특성이 결정된다. 그런데 같은 인간끼리는 이들 염기의 배열이 99.9% 일치한다.
바꿔말하면 1000개의 염기서열마다 1개(0.1%)의 개인차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어떤 사람은 DNA의 특정 자리에 A가 있는데 다른 사람은 C가 있는 식이다. 이런 개인별 차이를 SNP라고 한다. 이 차이는 머리카락이나 피부색 등의 차이로 나타날 수도 있고 아무런 외형적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STR 검사법을 통한 친족 판별은 DNA의 보존 상태가 좋을 때만 가능하다. 유해가 비바람에 노출되는 등 DNA가 훼손되기 쉬운 환경에 처해있을 때는 그만큼 STR 검사법을 통한 친족 판별이 어려워진다. STR 검사법은 A, C, G, T 등 4가지 염기가 어떤 패턴으로 나타나는지 DNA 전체(종별 공통부분 99.9%를 제외한 개인차를 보이는 0.1% 내에서)를 보고 판별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이 검사 대상 부분 가운데 일부가 훼손되면 그만큼 판별 신뢰도가 떨어지게 된다. 제주 4.3사건 발생시기는 1948년이다. 이 정도 시간이 지나면 STR 검사법을 통해 친족 여부 판별에 성공할 확률은 30~40% 정도에 불과하다는 게 디엔에이링크 측의 설명이다.
대(代)를 거치면 DNA의 일치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는 것도 STR 검사법의 정확도를 훼손하는 요인이다. 예컨대 A씨가 결혼을 해 B를 낳고, B가 다시 결혼을 해 C를 낳았다고 가정해보자. A의 DNA는 B에게는 50%만, C에게는 25%만 전달된다. 자녀에게는 부모의 유전자가 각각 절반씩 들어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A와 C가 25%의 DNA 일치도를 보인다면 이 정보만으로 이들이 친족인지 아닌지 확답하기란 극히 어렵다. 친족이 아니어도 그정도 낮은 비중으로는 염기서열이 일치할 가능성이 있다. 제주 4·3사건은 사건 발생으로부터 시간이 많이 지나 희생자의 친부모나 친자식이 이미 세상에 없는 경우도 많다.
반면 SNP 검사법은 DNA 전체를 검사하지 않는다. 친족 식별에 유용한 DNA 위의 지점 181곳을 검사한다. 이 181곳을 ‘DNA 마커’라고 부른다. DNA 전체를 검사하지 않기 때문에 DNA 일부가 훼손돼도 관계 없다. DNA 마커 검사를 통해 친부모·친자식인지를 확인했을 때 신뢰도는 100%에 가깝다는 게 디엔에이링크의 설명이다. DNA가 훼손돼 일부만 검사해도 신뢰도는 100%에서 크게 멀어지지 않는다. 디엔에이링크 관계자는 “3촌 관계는 신뢰도가 약간 떨어지지만 그래도 99% 이상”이라고 말했다.
제주 4.3사건 희생자는 약 1만4000명으로 추산된다. 지금까지 발굴된 유해는 약 350구다. 이 중 기존 기술로 유족을 찾아 인계한 건 60여구다. 이번 계약으로 디엔에이링크가 분석할 유해는 279구다. 강승표 디엔에이링크 전무는 “해외에도 이정도의 높은 정확도로 친족 유전자 판별을 할 수 있는 기술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사 사건의 희생자나 남북 이산가족 가운데 기존의 유전자 감식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는 친자 관계는 20~30%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SNP 검사법을 다른 사건에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베트남전쟁 등 해외 진출도 시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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