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성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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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주 작가(사진)의 신간 단편소설집 《그녀 이름은》은 《82년생 김지영》의 변주다. 변함없이 ‘한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얘기한다는 점에서다. 차이점이 있다면 《82년생…》이 한 여성의 일대기를 종(縱)으로 그렸다면 《그녀 이름은》은 다양한 여성의 이야기를 횡(橫)으로 잘라 보여주고 있다는 것. 조 작가는 아홉 살 초등학생부터 79세 노인에 이르기까지 60여 명의 여성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각색했다. “내가 겪은 일은 별일도 아닌데”라며 꺼냈다던, 조 작가의 글로 비로소 목소리를 찾은 28편의 이야기는 분명 흔한 일이지만 ‘별일’인 얘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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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명 아빠에게’는 두 남매를 모두 시집보낸 뒤에도 손주 세 명을 대신 맡아 키워야 하는 할머니의 이야기다. 여성끼리만 대물림되는 가사와 육아 노동의 고통, 한 번도 제대로 ‘나’의 이름을 찾지 못한 여성의 목소리가 덤덤히 들려온다. “울 아버지 딸, 당신 아내, 애들 엄마, 그리고 다시 수빈이 할머니가 됐어. 내 인생은 어디에 있을까.”(201쪽)
《82년생…》의 성공 후 일부 비평가는 조 작가의 작품을 향해 문학성이 아쉽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꼭 유려한 문장을 늘어놓아야만 좋은 문학인 것은 아니다. 현실에 발붙이고 있는 그의 작품들은 의미있는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내며 ‘문학만이 가진 힘’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번 신작 역시 그렇다. (조남주 지음, 다산책방, 276쪽, 1만4500원)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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