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사 FPSO 설계 계약 체결
수주전서 유리한 고지 선점
국내 빅3 중 건조경험 가장 많아
글로벌 석유社, 유가 상승으로
해양플랜트 발주 긍정적 검토
삼성重 "해양플랜트에 집중"
[ 김보형 기자 ]
삼성중공업이 15억달러(약 1조6000억원) 규모의 호주 바로사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 기본설계 계약을 따냈다.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수주 잔량 기준으로 해양플랜트 분야 세계 1위 업체다. 현재 ‘에지나 FPSO’와 ‘페트로나스 FLNG(부유식 LNG 생산설비)’ 등 5기를 건조하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유전 개발이 늘면서 해양플랜트 시장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추가 수주도 기대된다.
◆건조 계약 가능성 높아
28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석유회사 코노코필립스는 최근 삼성중공업 및 네덜란드 해양설비 전문업체인 SBM 오프쇼어 등 두 곳과 바로사 FPSO 기본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바로사 FPSO는 호주 북부 다윈시 북서쪽 해상 300㎞에 있는 바로사 칼디타 가스전을 개발하는 해양플랜트 설비다.
기본설계는 본격적인 건조에 앞서 플랜트의 형태와 장비 배치 등을 결정하는 작업이다. 코노코필립스는 내년 하반기께 기본설계를 맡은 삼성중공업, SBM 오프쇼어 중 한 곳과 최종 EPC(설계·조달·시공)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프랑스의 해양플랜트 전문업체인 테크닙FMC와 컨소시엄으로 참여해 기술력도 보강했다. 조선업계에선 가격 조건만 맞으면 삼성중공업이 건조 계약을 따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3’ 가운데 해양플랜트 수주 경험이 가장 풍부하다. 2011년엔 오일 메이저인 쉘로부터 세계 최대 규모의 FLNG인 ‘프렐류드’를 36억달러에 수주하기도 했다. 프렐류드는 해저에서 가스를 뽑아내 불순물을 제거한 뒤 액화천연가스(LNG)와 원유로 분리하는 설비다. LNG 용량을 600분의 1로 줄이는 액화 공정도 갖췄다. 프렐류드가 ‘바다 위의 LNG 공장’으로 불리는 이유다. 지난 1월엔 세계 최대 FPSO인 ‘에지나’를 건조했고, 마무리 작업을 위해 나이지리아 현지 공장에 인도했다.
삼성중공업은 저유가 여파로 해양플랜트 일감이 급감한 작년에도 빅3 중 유일하게 ‘매드독2 FPU(부유식 원유 생산설비)’와 ‘코랄 FLNG’ 등 38억달러에 달하는 두 건의 프로젝트를 따냈다.
◆해양플랜트 발주 늘 듯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국제 유가가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배럴당 70달러(두바이유 기준)를 웃돌면서 글로벌 석유업체들도 해양플랜트 발주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미국 석유업체인 셰브론은 2016년 사업성 저하를 이유로 발주를 취소한 로즈뱅크 FPSO 재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20억달러로 추산되는 이번 프로젝트 수주전엔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가 모두 뛰어들었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 관계자는 “유가가 반등하고 기술 개발 등으로 해양 원유·가스 생산 단가가 하락하면서 글로벌 오일 메이저를 중심으로 발주가 재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를 앞세워 상반기 수주 부진을 만회한다는 목표다. 올 들어 삼성중공업 수주액은 16억달러로, 목표액(82억달러)의 19.5%에 그쳤다. 빅3 중 가장 낮은 달성률이다.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수주에 집중할 수 있는 경영 여건을 마련하는 데도 성공했다. 지난달 1조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운영자금을 확보하고, 부채비율도 140%에서 90%대로 낮추는 등 재무구조도 개선했다.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은 “연말까지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27억달러 수주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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