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김정은 한달 만에 만남, 2차 남북정상회담 전격 개최
문재인 대통령, 오전 10시 '5.26 남북정상회담' 결과 직접 발표
"김정은 위원장 북미 정상회담 의지 확고"
"6월 1일 고위급 회담 개최"
文대통령 "북미 간 실무협상 따라 북미 정상회담 성공 달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차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꺼져가던 북미정상회담의 불씨를 다시금 지폈다.
문 대통령은 27일 오전 10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26일 오후 3시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두 번째 남북 정상회담을 갖고 북미 정상회담과 한반도 비핵화 등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고 직접 발표했다.
문 대통령의 춘추관 직접 발표는 취임 후 3번째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6일 극비리에 2차 남북정상회담을 열고 북미정상회담 의지를 공식적으로 재확인"했으며 "남북 고위급 회담은 6월 1일 개최하기로 했다.
이로써 최근 주춤했던 남북대화 및 북미정상회담 재개가 상당한 동력을 얻게 됐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은 4·27 판문점 선언의 조속한 이행을 재확인했다"며 "이를 위해 남북 고위급 회담을 다음달 1일 열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또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군사 당국자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을 연이어 갖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발표에 앞서 북한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도 보도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전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전 "북남 수뇌분들께서는 북남 고위급회담을 오는 6월 1일에 개최하며 연이어 군사당국자 회담, 적십자 회담을 비롯한 부문별 회담들도 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데 대한 문제들을 합의하시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또 "김정은 동지께서와 문재인 대통령은 온 겨레의 한결같은 열망이 담긴 판문점 선언이 하루빨리 이행되도록 쌍방이 서로 신뢰하고 배려하며 공동으로 노력해나가야 한다는 데 대해 의견을 같이하시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가진 첫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남북관계 개선 등과 관련해 다양한 합의를 담은 '판문점 선언'을 도출했지만, 이행방안을 논의할 후속 회담은 아직 갖지 못했다.
남북은 판문점 선언 이행의 큰 틀의 방향을 논의할 고위급회담을 16일 개최하기로 합의하기도 했지만, 당일 새벽 한미 공중연합훈련 등을 문제 삼은 북한의 일방적 연기 통보로 무산돼버렸다.
하루 뒤인 17일에는 북측 고위급회담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단장이 '남측과 마주 앉는 일이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전격 취소까지 이어지면서 남북 간 대화에 짙은 먹구름이 끼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청와대 발표에 따르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가 확고했던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직접 만남을 제안해 왔다.
문 대통령은 전날 성사된 2차 남북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이 요청해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4.27 선언 후속 이행과 6.12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준비과정에서 약간의 어려운 사정들이 있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요청해왔고, 또 남북 실무진이 통화를 통해서 협의를 하는 것 보다 직접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대화 나누는게 좋겠다 판단해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그런 사정때문에 사전에 회담 사실을 우리 언론에 미리 알리지 못한것에 대해 양해 구한다"고 덧붙였다.
또 문 대통령은 전날 이뤄진 정상회담 결과를 하루 지나 발표한 것과 관련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결단하고 실천할 경우 북한과의 적대관계 종식과 경제협력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다는 점을 전달했다"면서 "북미 양측이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오해를 불식시키고 정상회담에서 합의해야할 의제에 대해 실무협상을 통해 충분한 사전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고 김 위원장도 이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앞서 공개한 남북정상회담 현장 영상에서는 판문점 선언에 대한 약속이행 등에 대한 얘기가 오갔고 김 위원장은 "우리가 대활약을 한 번 하자. 마음이 가까워지는 과정이다"라고 말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지난 4·27 정상회담 이후) 한 달이 지났다"며 "앞으로 남북관계를 잘 살려 나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평화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북미정상회담이 꼭 열리도록 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적극적인 중재노력에 화답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26일,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우리는 6월 12일 싱가포르를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고 AFP와 AP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베네수엘라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자국 시민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밝히고 "그것(6월12일 북미정상회담 개최 검토는)은 변하지 않았고, 회담 논의가 아주 잘 진행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전격적으로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하면서 “당신들(북한 관리)의 발언들에 나타난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 때문에 회담을 하는 건 부적절하다”면서 6월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목한 ‘당신들’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최선희 부상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김 제1부상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을 향해 “아둔하다”고 했으며 최 부상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거론하며 “아둔한 얼뜨기”이며 “횡설수설한다”고 비난했다. 또 “회담장에서 만날지 핵 대 핵 대결장에서 만날지 미국의 결심과 처신에 달렸다”고 미국을 압박했다.
두 사람의 발언을 문제삼았던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김 위원장이 다시금 회담 재개를 제안함에 따라 김계관·최선희가 계속 대미외교 전면에 나설지에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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